대치동 학원街서 "학벌사회 철폐" 외치는 대학생들

▲ 18일 '대치동 땅 밟기' 집회를 진행 중인 지잡동               ⓒ사진가 양태훈 제공
학벌사회 철폐를 외치는 학생단체 진보적지방잡대동맹(이하 지잡동)은 18일 저녁 대치동 한티근린공원에서 ‘대치동 땅 밟기’ 집회를 진행했다.

지난 4월 대학생·수험생 등 20여명으로 출범한 지잡동은 명문대생이 아니면 취업에서 차별 받고 평생 ‘지잡대생’이라는 낙인을 찍는 사회 분위기에 전면 반발하기 위해 조직됐다.

이번 집회는 지잡동 구성원 20여명이 참여한 조촐한 집회였지만 학원과 주택이 밀집한 대치동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지잡동은 서울대 정문의 상징물을 뒤집은 모양을 넣은 깃발 ‘역(逆)샤기’를 휘두르며 집회 시작을 알렸다. 이들은 통기타 공연·노래, 학벌사회 철폐를 주장하는 발언, 입시문제집 찢기 퍼포먼스 등을 벌였다.

발언에 나선 아주대 여학생은 “학벌 때문에 가족과 친구 모두에게 죄인이 되고 꿈과 다른 진로를 강요받는 것이 청소년·대학생이다. 대학교 학벌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사회분위기가 과연 옳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고등학생들은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기도 했다. 이현규(중동고 2) 군은 “지잡동의 구호가 와 닿는다”고 말했다. 이 군은 “소위 SKY 대학에 가길 바라는 부모님의 압박이 대단하다. 내년에 수험생이 되면 학벌에 연연하는 분위기에 휩쓸릴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잡동 대표 김민씨(성공회대 1)와의 일문일답.

▲ 대표 김민씨가 학벌사회 철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잡동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겨울 홍대 청소노동자 사태 때 학생운동이 명문대생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분위기였다. 학생들끼리도 학벌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지방 잡대생이라도 주눅 들지 말고 살자’는 취지에서 조직했다.”

-소속 학생들은 주로 수도권 대학 학생들인데.
“서울에선 가톨릭대·성공회대·세종대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이긴 해도 최고 명문대로 쳐주지는 않지 않나. 하지만 명문대에 속하는 포스텍, 미국 조지워싱턴대 학생들까지 활동 중이어서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서울 소재만 아니면 다 지방잡대’라고 부르기도 한다.(웃음)”

-지잡동이 생각하는 지방 잡대의 기준은.
“무 자르듯 분류할 수는 없지만 사회에서 주요대학이 아니면, 또 해당 대학 학생이 소속대학 때문에 소외받는다고 느끼면 지잡대라 할 수 있다. 상대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비하하는 단어인 ‘지방잡대’라는 명칭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자조적인 표현이다. ‘그래, 나 지잡대생이야. 그게 어때서?’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충격을 던져주며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얼마 전 화제가 된 ‘슬럿워크(부제 잡년행진)’와 맥을 같이 한다.”

-서울대 상징물을 뒤집은 엠블럼이 인상적이다.
“주변의 호응이 좋다. 학벌의 상징이 바로 서울대 아닌가. 서울대 상징물을 뒤집듯 학벌에 얽매이는 사회도 뒤집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이번 집회는 지잡동의 첫 공식 행사였다. 지잡동의 소통 기반인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더 많은 대학생·청소년의 공감을 얻는 것이 목표다. 시간강사, 직원 노조 등 대학 관련 단체와의 연계는 그 이후에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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