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인터넷윤리실천협의회 부회장/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터넷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내가 기자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면 어떨까요. 남에게 상처 주는 댓글, 허위·과장 글들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온라인에서의 생활도 오프라인 세상과 똑같습니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사이버 공간이지만, 서로 생활하기 위한 예절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박정호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윤리 전도사’다. 공대교수가 윤리를 가르친다는 것이 썩 어울려 보이진 않지만, 그는 이미 8년째 인터넷윤리실천협의회 부회장으로 ‘인터넷 윤리’를 설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인터넷 문화가 생소하던 7년 전부터 인터넷 윤리라는 대학교제를 만들었고, 선문대에서 교양과목을 개설해 강의했다. 미래를 이끌 초등학생들의 윤리의식을 위해 ‘푸른 e-새싹’이라는 초등학생 신문을 발간해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 지원을 받아 인터넷 윤리라는 어플리케이션도 만들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에는 정부로부터 근정포장을 받기도 했다.

그가 이토록 인터넷 윤리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컴퓨터 전공 교수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터넷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온·오프라인 세상의 벽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하루중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면서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터넷 윤리’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것.

“오프라인 세상에서의 예절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정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호를 듣기도 했죠.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예절은 배운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오늘날 하루 24시간 중 절반 이상을 온라인에서 생활하면서도, 정작 어떤 게 온라인 예절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거죠.”

이처럼 온라인 예절에 무감각했던 사이, 사이버 범죄 등 인터넷에서 발생되는 사건사고 숫자도 크게 늘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 통계자료(2006)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과 성폭력등 사이버범죄에 대한 처벌 건수는 2004년 3070건, 2005년에는 6338건에 이어 2006년에는 7109건 등으로 급증했다. 박 교수는 "컴퓨터 중독으로 인해서 생기는 총 사회적 비용만도 10조라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납니다. 만일 암과 치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뭐를 선택하겠느냐고요. 대부분이 ‘암’을 택했습니다. 암은 자신이 인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 사이버 범죄는 ‘치매’와 같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퍼지는 정신적인 질환인거죠. 하지만 그 피해가 눈에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지원도, 관심도 적은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예의 있는’ 인터넷 세상살이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기사를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나만 읽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읽는 글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라는 얘기다. 개인 블로그나 댓글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글을 올리면서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정도의 생각만 가져도 충분합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인터넷을 보면 생각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욕설들이 그냥 올라옵니다. 사회적 지위가 있다는 사람도 익명 뒤에 숨어 욕설을 올립니다. 지금 무의식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은 그 글들이 20년 30년 후에 그 사람의 행적이 되어 되레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글이라는 것은 어디서든 증거가 뚜렷이 남기 때문이죠.”

그가 윤리교육에 열정을 쏟는 이유도 지금의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올린 글에 발목잡히고, 범죄자가 되지 않길 바라서다. 그러나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IT강국, 정보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윤리교육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인터넷은 너무 빨리 변해서 제도나 법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워낙 속도가 빠르다보니, 정부도 큰 사건이 터지면  신경을 바짝 썼다가 그 이후에는 다시 또 잠잠해집니다. ‘최진실 법’이 나왔을 때도 그랬죠.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문제가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됩니다. 꾸준한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위기이자 기회라고 해야 할까. 박 교수는 국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 등으로 인해 오히려 우리나라가 정보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인터넷 윤리·범죄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미진한 가운데, 선례를 바탕으로 우리가 더 연구하고 선진화된 인터넷 윤리 문화를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정보화 사회로 발전해 왔습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업문화 선진국이 강대국이었습니다. 산업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시대의 문화 선진국이 되는 길이 강대국이되는 지름길 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보화시대의 세계 문화격차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분발하면 정보 강대국의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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