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마케팅 등 지원 … 이공계 주축 판도에 변화

최근 산학협력이 교육·연구·봉사에 버금가는 대학의 핵심 임무로 떠오르면서 인문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이공계 전공이 주축을 이뤘던 산학협력에 인문대가 적극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 대학 산학협력단장들은 “문·사·철·언어 등 인문대의 역할은 학문에서는 물론 산학협력에서도 기본이자 필수”라며 “인문대의 산학협력 활성화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반색했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다양한 전공이 협력해야 하는 ‘융복합형 산학협력’이 잦아지면서 인문대 교수들의 산학협력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공계 분야 산업체와 협력할 경우 공과대는 기술이전·자문, 경영대는 경영 컨설팅, 인문대는 언어·마케팅·홍보 등을 지원하는 방식의 산학협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산학협력단장은 “우리 대학 특성상 산학협력의 50%를 인문대 교수들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에 미리 해당 국가의 언어·문화·정책·법률 등을 알려주는 일이 많다”며 “인문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종의 기업이라도 인문학적 소양, 언어 등은 필수기 때문에 관련 교수들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또 강대경 단국대(천안캠) 산학협력단장은 “협력 산업체의 업종을 초월해 인문대만의 창의적인 사고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산학협력에서 인문대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당 교수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대가 협력 기업체의 수익창출에 직접 기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울산대 중국어·중국학과는 지난 2007년부터 지역 기업체와 협력해 재학생들을 ‘기술 전문 통역관’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해외 바이어를 상대로 통역·마케팅 등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통역관으로 양성된 울산대 중국어·중국학과 학생들은 지난 2009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물박람회에서 150만 달러(한화 약 16억원) 계약, 300만 달러 공사입찰을 성사시키는 등 기업체의 수익 증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울산대는 기술 전문 통역관 양성 학과를 영어영문학과로까지 확대했다.

울산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의 기술 전문 통역관 양성은 이공계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산학협력이 인문대에서도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선 “산학협력에 대한 인문대 교수들의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호남지역 한 대학 산학협력처장은 “인문대의 산학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능동적이지 못한 측면이 많다”며 “특히 우리 대학 인문대 교수들은 ‘인문대가 무슨 산학협력이냐’고 반발하곤 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울 한 대학 인문대 교수는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목적과 인문학을 매칭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문대의 산학협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만큼은 명백한 사실인 만큼 긍정적으로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민현희·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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