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강의시간엔 동아리방, 도서관에서 주로 보내

새 천년 첫 해를 캠퍼스에 몸담고 있는 대학생들 중 절반을 웃도는 인원이 동아리에 가입하고 있으며 그 중 예술분야와 봉사분야의 동아리에 가장 많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학생 10명 중 3명 정도는 빈 강의시간에 주로 동아리에서 보내고 있으며, 전공에 대해서는 절반을 상회하는 인원이 만족하는 한편 대학의 최우선 개선사항으로는 교수확보 및 질 높은 강의를 꼽았다. '전공 만족도'에 대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대학생의 55.9%(대체로 만족 47.1%, 매우 만족 8.8%)는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 만족한다고 한 반면 44.1%의 학생들은 그저 그렇거나(26.1%) 만족하지 못한 것(대체로 만족하지 못한다 12.9%,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 55.1%)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수치는 지난해 조사(만족도 54.2%, 불만족도 45.1%)와는 거의 비슷하지만 98년과 비교할 때는 만족도가 3%포인트가 떨어졌다. 3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올해와 지난해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학부제가 다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8년 설문조사 당시에는 학부제가 실시되지 않았다. 또한 학생들이 수능점수에 따라 전공 및 대학을 선택한 것도 전공 불만족에 어느 정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강(空講) 시간에 주로 보내 곳 또한 지난해와 차이가 없었다. 비율만 약간 다를 뿐 동아리방(33.2%), 도서관(21.9%), 학교 밖(11.4%), 학내 휴게실(10.6%), 빈 강의실(77.7%). 족구·농구장(1.5%), 기타(13.8%) 등의 순서가 예년과 짜 맞춘 듯이 똑 같은 것. 94년, 98년에도 학생들의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인 곳이 도서관과 동아리방인 점을 돌이켜보면 예나 지금이나 빈 강의시간에는 이들 장소가 최적의 장소인 것이 드러난 셈이다. 동아리방이 공강 시간을 대체하는 공간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대학생들의 동아리 가입여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10명 중 7명이 동아리를 가입했다고 한 지난해에 비하면 가입률이 뚝 떨어지기는 했지만 절반을 약간 웃도는 인원(54.5%)이 가입, 여전히 학생들은 학창시절의 '꽃'이라는 동아리를 선호하기 있기 때문이다. 동아리 가입률이 이처럼 급락한 것은 공동체 의식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개성을 중시하는 '나홀로'족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아리에 가입해 있는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분야는 예술(24.3%), 봉사(20.6%), 학술(16.2%)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가장 시선을 집중시 키는 부분은 봉사관련 동아리의 급부상.
지난해의 경우 6.4%의 학생만이 봉사동아리에 가입했다고 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상승이다. 봉사동아리가 급작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 기업환경과 신입사원 채용 경기가 한몫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97년 말에 불어닥친 IMF구제금융 이후 기업들이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 합리적인 경영환경 구축과 더불어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면서 고학력 취업난이 올해로 정점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취업난 속에 기업들이 예전과 비교할 때 소규모 인원의 채용을 위한 전형과정에서 봉사활동의 비중을 상당히 높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높은 비율을 보였던 예술과 학술 분야에 이어 대학언론(10.9%), 레저·스포츠(8.3%) 분야가 비교적 인기가 높게 나타났다. 컴퓨터·벤처(3.2%), 어학(2.9%), 사회과학(1.5%) 등은 낮은 호감도를 보였다. 기타는 12.1%. 이 문항에서 또 눈길을 끄는 것은 그칠 줄 모르는 사회과학 분야의 퇴조. 지난해 5.2%에서 3.7%포인트나 떨어져 N세대 대학생들의 뇌리에서 거의 사라져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가시화된 동구권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이후 급속히 떨어지는 이 분야의 인기는 대학가 사회과학서점이 문을 닫거나 운영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한편 대학생들은 '교수확보 및 질 높은 강의'와 '학문을 위한 연구환경'에 대해 상당히 목말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최우선 개선사항'이 무엇이냐는 문항에 각각 32.8%, 16.3%가 이 부분을 꼽아 충분한 교수확보와 이에 동반한 질 높은 강의, 학문을 위한 연구환경에 상당히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역시 이 부분이 각각 32.8%, 20%의 비율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와 대학당국이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우선 시 해야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문화공간 확충(15%), 학생자치공간 확대(9.8%), 취업제도(8.6%)에도 비교적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데 이어 연구실 기자재 확보(3.1%), 행정서비스 개선(1.6%) 등의 순으로 들었다. 기타는 3.4%였다. 이 부분에서 예년(4.6%)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난 것은 취업제도. 앞서 지적한 것처럼 사상 초유의 취업난으로 대변되는 올해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장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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