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가 새만금 시대의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지난해 새만금에 4만여㎡의 캠퍼스 부지를 확보한 것에서 나아가 올해 6월엔 지식경제부의 군산·새만금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군산대는 인근 고교·대학·기관·산업체 등 사업 참여기관들을 이끌어 산학융합지구 조성에 나서게 된다.

이처럼 군산대가 새만금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된 원동력엔 지난해 3월 취임한 채정룡 총장이 있다. 취임 당시 채 총장은 “새만금과 가장 가까운 대학을 넘어 새만금 사업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 같은 채 총장의 의지는 취임 1년여 만에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 주관대학에 선정되며 가시화됐다.

-취임 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학내외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에 군산대가 계획했던 굵직한 일들을 많이 이뤄냈다. 취임 후 1년 6개월이 지났는데 군산대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고, 이를 하나하나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외부에서 군산대의 이미지가 한층 좋아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부적으로는 스스로는 물론이고 구성원들의 자신감도 매우 높아진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성과로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 주관대학에 선정된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을 ‘QWL 밸리조성사업(이하 QWL 사업)’이라고도 부른다. QWL(Quality of Working Life)이란 ‘인간다운 노동 생활’을 뜻하는 말로 QWL 사업의 핵심은 시화·반월, 구미·왜관, 군산·새만금 등 3개 국가산업단지에 2015년까지 대학 캠퍼스(QWL 캠퍼스)를 조성하는 데 있다. QWL 밸리는 기업 연구소, 대학 캠퍼스, 기숙사 등을 갖추고 근로자·학생들이 일과 배움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교육·취업·연구개발(R&D)이 융합된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 맞춤형 산업인력을 양성한다. 군산대는 군장대학·전북대·호원대 등 3개 참여대학과 협력해 군산·새만금 QWL 사업을 추진한다.”

-어떤 식으로 QWL 사업을 진행할 계획인가
“개교에 앞서 군산대를 포함한 4개 대학이 △기계자동차소재 △조선해양 △신재생에너지 관련 학과를 이전해 QWL 캠퍼스를 조성하고 100여개의 기업연구소가 입주할 수 있는 기업연구관도 설립할 계획이다. 더불어 문화·편의시설, 기숙사, 게스트하우스 등이 포함된 QWL 편의관도 건립해 배움·문화·복지가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개교 이후엔 QWL 캠퍼스에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선(先) 취업 후(後) 진학을 위한 인턴십 과정, 근로자들을 위한 학·석·박사과정 및 비학위 과정을 개설할 방침이다. 또 각 대학 재학생들을 위한 R&D연계 현장 맞춤형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청소년부터 장년층까지 전 계층이 QWL 캠퍼스에서 생애 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받도록 할 것이다.”

-참여 기관들과의 의견 조율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산·새만금 QWL 사업에 4개 대학을 포함해 총 200여개 기관이 참여한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처럼 많은 기관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상호화합을 이뤄내는 일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QWL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QWL 사업의 핵심인 4개 대학이 협력해 사업 운영을 위한 별도의 법인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각 참여 기관들이 하나의 거시적인 목표를 위해 때로는 양보하고 희생할 수도 있다는 마인드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참여기관들 간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QWL 사업 주관대학으로서 모든 기관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군산·새만금 QWL 캠퍼스 조감도
-군산·새만금 QWL 사업의 의미와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새만금은 군산 또는 전북지역만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군산·새만금 QWL 사업의 성공은 국가적 화합을 위해서도 정말 중요한 일이다. 새만금에 걸고 있는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 QWL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근로자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져 지역 경제 활성화,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가 날 것이다. 또 학생들의 현장실무역량을 제고함으로써 산업인력의 미스매치 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군산대의 현안, 정부 고등교육 정책에 관한 생각 등도 궁금하다. 최근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는데 군산대는 어떤가
“학과 정원, 교수 인사제도, 업적평가제도 등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학사 구조조정을 위한 TF팀을 꾸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부터 TF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전 학과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의 실적을 평가해 하위 10개 학과의 정원을 감축하고, 이 정원을 상위·전략학과에 배치했다. 교과부에서도 이미 승인을 받은 사안으로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국립대 법인화 추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에서 국립대를 왜 법인화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대학들이 세계 100위권 안에 들지 못한다고 경쟁력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언어의 한계 때문이지 실력이나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국에 40여개 국립대가 있는데 이 중 교대를 제외한 일반대는 30여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30개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못 만들 이유가 없지 않나. 믿어주고 지원해주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대다수 국립대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정부가 지역을 살릴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국립대를 법인화하려고 할 게 아니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대 총장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들 취업이 가장 문제다. 수도권에 비해 지역의 취업 인프라가 극히 부족한 데다, 지역에 들어와 있는 대기업·공공기관에 입사하려고 해도 수도권 학생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물론 지방대에도 우수한 학생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도권 학생들을 이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일자리가 더 많은 수도권으로 대거 유출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게 얼마나 큰 낭비이고 손해인가. 따라서 지역 소재의 대기업·공공기관은 ‘지역 인재 할당제’를 도입해 전체 신입사원 중 20~30%는 의무적으로 지역 학생들을 선발토록 해야 한다. 지방대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어학능력 등 스펙이 다소 뒤질 수는 있지만 실무교육은 훨씬 강도 높게 받고 졸업한다. 현장 적응력, 인성 등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늘 의욕적인 총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향후 어떻게 대학을 운영해 나갈 생각인가
“최우선적으로 교육 경쟁력 제고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이번 학기부터 ‘강의를 정말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본시간 이상 강의하신 교수들에 대해선 150%의 초과수당을 지급키로 했다. 의욕적인 강의, 충실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당당함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새만금 선도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내년에는 미래의 새만금이 필요로 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학과를 신설하려고 생각 중이다. 군산대는 발전 가능성이 충분한 대학이다. 특히 군산대는 외부에도 늘 열려 있는 ‘담 없는’ 대학인만큼,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한 고견이 있으면 누구든지 아낌없이 들려주시길 부탁한다.”

<대담=이정환 편집국장/정리=민현희 기자/사진=한명섭 기자>

■ 채정룡 총장은…
중앙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군산대 체육학과 교수로 부임해 체육부장, 체육학과장, 학생처장 등의 보직을 거쳐 지난해 3월 군산대 제6대 총장에 취임했다. 세계조정선수권대회 한국대표팀 단장, 한국운동과학회 부회장, 대한운동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운동생리학회 상임이사, 대한조종협회 부회장, 대한운동사회 부회장 겸 전북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스포츠의학 입문>, <운동생리학>, <인간과 스포츠의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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