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 논설위원/광주보건대학 기획실장

바야흐로 예산 정국이 돌아왔다. 매년 이 맘때면 차년도 예산 확보를 둘러싼 부처간의 기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계의 오랜 염원인 GDP 6%의 교육재정 확보가 달성될 수 있을지, 그리고 현재 GDP 0.6%에 불과한 고등교육(평생교육 포함) 예산을 1%로 증액 확보할 수 있을지가 교육예산을 바라보는 필부들의 관심사이다.

지난 전반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반값등록금’ 문제로 고등교육예산 확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2011년 교육재정 투자 규모는 41.2조원으로 2010년의 38.3조원보다 7.8%가 증가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인적자원 개발을 담당하는 교육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는 없다. 특히 현안인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교육재정 확보와 더불어 교육재정 투입구조의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 추세는 교육재정 투입구조의 과감한 변화를 요구한다. 기존의 초중등교육 중심의 교육재정 지원 구조는 고등교육, 평생․직업교육 부문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82%가 넘는 고교 졸업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25세 이상 성인의 평생학습참여율이 28%(EU 평균 평생학습참여율 37.9%)까지 이른 상태에서 초중등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는 교육재정 투입구조는 변화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고등교육예산 편성에 있어서도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현재 고등교육예산은 일반대학에 지나치게 편중된 문제를 안고 있다. 2009년도 기준으로 전문대학의 예산은 15.5%, 일반대학 예산은 84.5%이다. 일반대학이 인체에서 두뇌인력 양성기관이라면, 전문대학은 허리인력 양성기관이다. 두 곳 모두 인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그러나 허리인력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배정은 턱없이 낮게 책정되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도 전문대학 예산이 올해보다 삭감될 수도 있다는 소문들이 관가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전체 교육예산이 증액 편성되고 고등교육예산의 GDP 1% 확보 가능성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전문대학 예산이 감축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의 70-80% 수준의 낮은 등록금으로 일반대학과 동일한 질의 교육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에 있는데, 그나마 예고되었던 전문대학 예산을 축소한다는 것은 전문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일 뿐 아니라 불균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반기 정책기조로 ‘공정사회’를 제시한 바 있고, 지난 광복절 치사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공생발전’의 국정화두를 제시한 바 있다. 풀이하자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더불어 사는 ‘공존의 숲’을 만들자는 것”이다. 일명 따뜻한 자본주의로 불리는 ‘자본주의 4.0’도 그러한 개념의 일종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판세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을 이룬다고 선언은 했으나 구호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플랜 내지 정책이 나와야 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는 고등교육 부분에서의 ‘공정사회’ 구축과 ‘공생발전‘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하여 고등단계에서 교육기회의 균등을 실현하고 공정사회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정부는 이미 중등단계에서의 교육개혁을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재정투자를 해왔으며, 그런대로 정책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이제 관심을 우리나라 교육예산의 사각지대인 고등교육예산으로 돌려야 하며, 그 중에서도 항상 곁가지로 소외받아 왔던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때마침 전문대학에서는 WCC 사업,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 해외인턴십지원사업, 현장실습지원사업 등 정부의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업들을 시행내지는 준비하고 있다. 이 차제에 이러한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WTO, FTA 등 국경을 초월하는 인력시장이 펼쳐지는 시대에 국제경쟁력있는 직업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라도 전문대학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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