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전 캐나다 센트럴칼리지 학장

 

‘반값 등록금’ 은 타당성이 있는가. 이 문제를 간략하게 타진하면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조사의 등록금 국제 비교에서 나타난 것처럼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다른 국가들보다 지나치게 높다. 2007년 한국의 국공립대학교 및 대학원(석사)의 연평균 등록금은 가장 비싼 미국(5943달러: 실질구매력지수 기준)에 이어 4717달러로 나타났으며, 사립대 역시 미국(2만1979달러)에 이어 8519달러로 두 번째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대학 자체의 구조조정과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지만,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0.6%에서 적어도 OECD 평균인 1.0%까지 높여 GDP 대비 민간재원조달(등록금)비율 1.9%를 OECD 평균인 0.5%까지 낮추어야 한다.

셋째, 정부가 국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대학 등록금에 관련된 올바른 교육원가 산정을 위한 대학의 평가나 통계 자료를 관리하고 규제해 등록금이 국민의 소득 대비 적정선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평가 결과에 따른 대학 재정지원 차등화 정책을 엄정하게 실행해야 한다.

넷째, 교육의 기회 평등 및 소득의 재분배 차원에서 대만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것처럼 저소득계층과 장애인에게 정부가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입학금을 없애고, 정부 보조금 지원으로 기숙사 비용을 저렴하게 하고, 이에 더해 소득 계층에 따라 차등적인 등록금 지원책이나 학비 감면 혹은 장학금 정책을 과감히 추진한다면 등록금 하락 및 ‘반값 등록금’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다섯째, 한국에서 대학교육은 이미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생존과 사회 참여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대학교육은 지난날 개인의 입신출세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선택재가 아닌, 국가 발전과 사회 안녕을 위한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8개국이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도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진다는 전제하에 국공립대학의 등록금 무상정책 실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방안을 몇 가지 문제로 대별해 간략히 제시했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대학의 국제화 및 경쟁력 신장 혹은 대학의 특성화 및 질 향상이라는 명제 아래 우수 교원 유치, 세계적 수준의 연구력 향상 및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원 조달을 민간 재원에서 충원하고자 하면서 교육원가 상승을 유발하고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은 빈약 내지 인색하고, 더구나 대학 세입 가운데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9년도 기준으로 사립대 66.5%, 국공립대 37.5%에 이르다 보니 대학 등록금은 소득과 물가상승률에 상관없이 ‘대학의 자율성과 수월성’을 등에 업고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문제는 등록금의 끝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화와 정보통신기술시대 및 지식기반 경제사회의 흐름을 타고 대학은 기업화·자본화·실용화를 추구함으로써 대학구성원은 ‘비즈니스화의 도구’로 전락되고 각 구성원은 각자 처한 입장에서 나름대로의 실익을 챙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인은 표심을 얻기 위해서, 대학 행정가는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기 위해서, 대학 교원은 소득 향상의 실리추구와 명예를 챙기기 위해서, 학생은 교육신임장 획득과 보다 나은 직업/직장 선택을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 있는 학생과 학부모가 다른 구성원의 봉이 되고 있다면 과한 표현일까?

아무튼 ‘대학 등록금 문제’는 교육의 기회 평등과 소득의 재분배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으로 ‘교육 양극화’ 및 ‘사회 양극화’라는 이격의 심화를 예방하고 사회 화합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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