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치있는 건물과 아름다운 풍광이 자아낸 청정수역

휴지 한 장 나부낌이 없는 캠퍼스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건물들을에워 쌓고 있는 우아한 담쟁이 넝쿨, 울창한 히말라야시다 숲, 고풍스런 맛깔을 풍기는 서양풍의 각종 건물들….

동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섬유 공업도시 대구에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이 계명대 캠퍼스에 펼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운치있는 건물들로 가득 찬 계명대 캠퍼스는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기 위한 영화나 TV드라마 속의 배경무대로 곧잘 등장하곤 한다.

영화 '동감'을 비롯해 TV드라마 '모래시계', '야망의 전설', '억새바람', '백야 3.98', '가시고기', '이브의 모든 것' 등 30여편을 훨씬 웃도는 작품들 속에서 계명대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었다.

특히 SBS '모래시계'를 연출했던 김종학 감독이 또 다시 계명대에서 '백야3.98'을 촬영하면서 드라마나 영화촬영을 위한 최적의 캠퍼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나 계명대 캠퍼스에서 한번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한 관계자들이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며, '살아있는 세트장'이라고 칭찬했다는 후문은 계명대 캠퍼스의 아름다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반 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대명캠퍼스가 아름다움과 운치를 더한다면 대구 달서구에 자리한 성서캠퍼스는 초기 교회양식을 연상시키는 빨간 벽돌건물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는 깔끔함을 자랑한다.

지난 81년 캠퍼스 이전 사업을 시작해 96년 마무리된 성서캠퍼스는 고전적 서양풍의 분위기를 풍기는 대명캠퍼스와 달리 세련미와 현대적 감각이 물씬 배어 있다.

계명대 캠퍼스가 학생들과 시민, 영화·TV관계자들에 이르기까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캠퍼스 조성과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는 '네 얼굴'과 깊은 연관이 있다.

캠퍼스 한켠에는 벌노랑이, 산국, 구절초, 제비꽃 등 야생화 조성 공원이 소담스레 자리잡고 있고, 나무마다에는 새들이 찾아들 수 있도록 먹이통을 달아놓아 국립공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또한 계명대의 봄은 캠퍼스 전체가 분홍색 벚꽃으로 장식되면서 라일락 거리와 개나리, 철쭉 등이 봄의 감흥을 돋우고 여름에는 백일홍, 무궁화 등이 곳곳을 수놓는다. 가을에는 교목인 은행나무가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겨울에는 매화가 캠퍼스를 장식하는 등 사계절 형형색색을 이룬다.

이와 함께 하늘 높이 길게 뻗은 시원스런 메타세콰이어 거리,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소나무 숲, 언제나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느티나무 거리와 수백여종의 나무들도 계명인이 사랑하는 곳이다. 캠퍼스 곳곳에 배치해 놓은 옛날 돌절구, 돌탑, 장독들도 조상들의 내음을 맡을 수 있는 정감어린 곳에 속한다.

산과 강을 끼고 있는 요지에 자리한 성서캠퍼스는 또 비교적 많은 야생화와 꿩, 딱새, 제비, 멧비둘기, 직박구리, 박새, 참새, 까치 등 야생조류들이 관찰되기도 하며 캠퍼스에서 자연스럽게 뛰어 다니는 청솔모, 다람쥐 등도 또 다른 계명 구성원(?)이다.

이와 같이 자연 친화적인 캠퍼스 여건으로 최근에는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야외학습장, 소풍장소로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상춘객으로 북적인다는 것이 계명대 관계자의 말이다. 도심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도 자연을 바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서캠퍼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왕궁을 연상시키는 아담스채플과 함께 준공한 정문. 여느 대학의 교문과 다르게 여닫이 문이 없다는 것도 독특하지만, 이오니아식 정문 기둥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웅장하다.

모두 3개의 건물과 24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정문은 건물 전체가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어 일반 정문과 다른 예술 그 자체이다.

한편 대명캠퍼스의 각 건물 입구는 모두가 고대 로마시대의 신전을 연상시키는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는 게 눈에 띈다. 히말라야시다 나무로 뒤덮여있는 대명캠퍼스는 곧게 뻗은 나무줄기와 길게 늘어진 가지 등은 도심 속 공원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가을에는 플라타너스와 은행잎이 어우러져 가을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울창한 수목이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현재의 대명캠퍼스가 있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그 중 일화 하나. 바위산을 깎아 구덩이를 파고 심은 나무가 오래가지 않아 이유없이 시들시들하는 것이다. 바위 위에 심은 나무라서 물이 모자란다고 판단, 물만 계속 주었는데 결국엔 나무가 죽고 말았다. 그 바위에 판 구덩이가 물구덩이가 되어 물이 빠지지 않았던 것.

그래서 다시 나무를 캐내고 캠퍼스 전체에 열십자(十), 혹은 우물정자(井)로 물길을 내고 나무를 심었는데 그제서야 나무가 제대로 자랐다고 한다.

그래도 역시 물이 모자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대명캠퍼스에는 단풍이 두 번 든다. 여름에 물이 모자라 미리 낙엽이 지게 되다가 다시 비가 오면 살아나서 가을에 또 낙엽이 진다고 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