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인당 학생 30명 이상인 대학이 약 74%
산학협력이 대안 VS 실습 인프라 구축이 우선

컴퓨터공학부가 학생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가운데, 콩나물식 대학 교육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서에서 발간한 ‘IT인재양성을 위한 한국대학교육의 과제’ 보고서에서는 교수 1인당 학생 30명을 넘는 대학이 64개(공학계열)중 47개에 달했다. 교과부는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공학계열의 경우 학생수 20명으로 고등교육법 제 14조 2항에 규정해놨다. 약 74%의 대학이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염근혁 부산대 정보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수업 한 분반에 학생 50명이 수강을 한다. 조교 없이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을 지도하면서 시험지 채점까지 하기 때문에 강의에 부담을 갖는다”며 “실습 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TA(Teaching assistant, 조교)를 확충해 줘야 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학은 3·4학년 학생 25~30명당 대학원생 1명이 조교로 배치한다. 미국 대학생들은 조교 지도 아래 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는 등 실무경험을 늘려간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수 1명당 지도학생이 50여명인 경우도 많아 학생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 내 실습 공간도 부족하다. 조기환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전공 실습 과목에 130명이 수업을 듣는데, 실습실을 2곳 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보통 3곳에서 실습을 해야 학생들이 자유롭게 실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인적·물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교수들의 목소리가 높다.

등록금에서 실험실습비를 따로 내며 수업을 받는 공대 학생들은 실습인프라 부족으로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일부 학생들은 “1시간 15분 내내 교수님만 조용히 말씀하시다가 끝나서 집중하기가 힘들다”며 “토론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거나 발표를 유도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정보공시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공대 중도탈락률이 4.8%로 평균(4.0%)보다 높게 나왔다. 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감소되고 참여율이 떨어져 학생들이 전공과는 무관한 로스쿨, 공무원 등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대학은 학과를 폐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전문대학 뿐만 아니라 4년제 대학인 우석대도 컴퓨터 공학부를 폐지하는 등 4~5년 전부터 컴퓨터 관련 학과를 없애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대학과 기업 간의 산학협력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양대가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 삼성전자와 협력을 맺어 실무 기반의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은 신입사원 재교육 부담이 줄어 결국에는 학생들의 취업이 원활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대학관계자는 “산학협력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실습인프라도 충분하지 않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TA를 확충하는 등 정부가 폭 넓은 지원책을 펼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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