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출석체크 등 기발하고 재밌는 강의로 인기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괜히 웃음이 나요. 그 수업을 들을 때 만큼은 취업에 대한 막막함도, 등록금 걱정도 잠시 잊을 수 있죠.”

고가의 등록금, 스펙·취업 전쟁 등으로 얼어붙은 학생들의 마음을 기발하고 재미있는 강의로 녹여주는 ‘괴짜’ 교수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해당 교수들이 강의를 통해 선사하는 즐거움과 웃음에는 수업의 핵심 메시지까지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어 의미가 더욱 깊다.

▲ 기발하고 재밌는 강의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교수들이 있다. ‘웃기’가 핵심 주제인 김영식 남부대 교수의 수업 장면.
소리 분석 전문가인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는 학생들의 음성을 출석 체크에 활용해 즐거움과 유익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배 교수는 매 시간 수강생의 목소리를 녹음해 이전 수업 때의 것과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출석 체크를 진행하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소리공학의 신기함과 재미를 몸소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음성녹음 출석 체크는 교수가 학생의 위치·얼굴을 확인하는 과정 없이 호명·응답으로만 신속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본 수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또 정확한 음성분석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는 만큼, 대리 출석을 전면 차단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배 교수는 19일 “단 한 마디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해당 인물이 지닌 200여개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소리의 신기함을 학생들에게 일깨워주고 보다 탄력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자 음성으로 출석 체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 학기 배 교수의 수업을 수강했던 한 학생은 “목소리 출석 체크는 기발한 데다 재미까지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즐거워했다”며 “출석 체크를 계기로 소리공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좀 더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강의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기준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교수들도 있다. 에로틱 환타지 창작을 과제로 내는 마광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많이 웃을수록 높은 학점을 주는 김영식 남부대 태권도경호학과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性) 문학 작가인 마광수 교수는 ‘문학과 성’, ‘연극의 이해’ 등의 수업에서 에로틱 환타지 창작을 중간고사 대체 과제로 내주고 있다. 그동안 ‘착한’ 글들을 주로 읽고 써왔던 학생들에게 에로틱 환타지를 쓰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임과 동시에 신기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마 교수는 “우리나라는 성에 대한 금기가 강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성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꺼려한다. 이 같은 이중성에서 벗어나 내면의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해 보라는 뜻에서 에로틱 환타지 창작을 과제로 내주고 있다”며 “학점은 아이디어, 문장,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웃음 요가 창시자인 김영식 교수의 수업에선 ‘웃기’가 과제·시험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수업 중 끊임없이 웃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웃는 방법, 웃음의 종류 등을 가르치고 실습해보도록 하고 있다. 시험도 잘할 수 있는 웃음 짓기, 1분간 조건 없이 웃기 등으로 치러진다.

김 교수는 “웃음은 운동과 비슷해서 평소에 안 하면 점점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3주 이상 지속적으로 웃는 연습을 하면 우리 뇌는 진짜로 즐겁다고 인식하게 되고, 웃는 일도 훨씬 자연스러워진다”며 “학생들의 삶에서 웃음이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장려하고자 웃기 과제·시험 등을 고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교수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이 웃게 됐고 삶의 질도 한층 높아졌다고 전한다. 지난 학기 김 교수의 수업을 수강한 58세의 만학도 안경심씨(한방제약개발학과 3학년)는 “나이가 들면서 웃음을 많이 잃고 살았다. 그런데 수업을 들으며 웃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됐다”며 “이제는 웃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졌고 남편, 자식들도 덩달아 웃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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