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상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 이규상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전문대학·대학원 함께 고려해 정책 내놔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대학 등록금에 대해 ‘유상(有償)으로 하느냐 무상(無償)으로 하느냐는 국민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제안한 정치적 화두에 야당까지 가세하면서 반값등록금 논쟁이 시작됐다. 이후 대학 구성원은 물론 온 국민, 나아가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의 장래 방향에 영향을 미칠 큰 파장으로 확대됐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문제이지만, 21세기 미래를 대비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학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그것이 구조조정이라면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지 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우선 이 문제는 글로벌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외국인의 관심을 학문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학이 너무 적다. <타임>지가 조사한 대학의 국제평가에서 서울대가 50위권, KAIST가 100위권, 연세대와 고려대가 각각 100위, 200위권에 속하는 정도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탁월한 대학 많아져야 외국의 탁월한 학생이 유학 올 것임에 분명하다. 등록금이 싸기 때문이라든지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 나라에서 잘 하기 때문에 한국을 선택해서 유학하게 되는 결과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전문대학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등록금 반값문제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수많은 논설은 “대학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문제에서 전문대학은 언제나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학교와 전문대학을 구분하지 않고 이를 합친 400여개의 대학을 차례로 구조 조정할 것을 주장하는 경향이 다소 짙다. 이런 행태가 과연 옳은가.

4년제 대학은 이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에 진학해서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을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한 학생들마저도 흡수시켰는데 그 책임을 다 했는지, 전문대학보다도 더 진지한 학생지도와 교육을 충분히 다 했는지를 말이다. 특히 인문사회계의 4년제 대학들은 마치 저인망 어선 선단처럼 고등학교 졸업생을 흡수해 가고 있다.

그래서 어정쩡한 규모의 종합대학교를 우선 짚어내야 한다. 고비용의 어정쩡한 종합대학교는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런 대학들이 교과부의 지원을 당연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원 역시 논의의 대상이다. 전문대학이든 4년제 대학이든 결국 목표로 하는 것은 대형 종합대학교다. 여기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소속 단과대학의 개수를 늘리는 것과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원을 설립하는 것인데, 많은 대학들이 대학원 설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어떻게든 교수충원율을 높이고 박사과정을 인가받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원의 박사과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것이고, 연구중심 대학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대학만이 추구해야 할 정책이다. 왜냐하면 박사과정은 그 자체가 학문에 대한 투자이고, 그 투자를 통해서 그 학교의 수준을 높여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학이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그것도 학생한테 등록금까지 받아가면서 운영한다면 이는 학위장사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끝으로 대학 의사결정 과정상의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 예를 들어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할 때, 원가계산에 의해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기보다는 다른 학교는 어떻게 정하는지 이웃을 참조하는 것이 가장 큰 기준이 돼가고 있다. 등록금 의사결정 과정이 일종의 담합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와 크게 벗어나는 정책이라 하겠다.

등록금이 낮으면 교직원 보수가 낮아지고, 등록금이 높아야 교직원 보수가 높아 질수 있다는 생각 역시 좁은 소견이다. 교직원 보수가 높아도 등록금은 낮출 수 있고, 또 등록금이 높아도 보수는 낮을 수 있다. 학교 경영의 방침이자 구조의 문제도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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