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보다 인성교육 우선… 인문·교양교육 강화 
장학금 40억 확충 … 등록금 부담완화에도 앞장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으로 불리고 싶다는 총장.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길거리 장학금’이라며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주는 손풍삼 순천향대 총장에게선 대학행정을 진두지휘하는 총장의 무게감보다 ‘교장선생님’의 친근함이 먼저 다가온다.

취임 직후부터 ‘인문학적 상상력’ 을 강조해온 그는 순천향대에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다. 서울과 순천향대를 오가는 열차 안에 ‘친환경 열차강의실’을 만들고,  학생들이 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신창(순천향대)역사 내에 서가도 설치했다.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에선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해 의과대학 학생까지도 잠재력 만으로 선발하는 ‘파격입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 2학기부터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재단으로부터 40억의 장학금까지 추가 확충했다. 등록금 논란이 뜨거웠던 올 여름방학,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내린 결정이다. 그렇게 직접 뛰어가며 학생들의 선생님으로, 대학의 행정책임자로서 지난 2년 6개월을 보낸 손 총장의 소회를 들어봤다.

-취임 후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기간 가장 주력했던 부분을 꼽는다면.
 “취임 때부터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리더라고 일컬어지는 인재들의 상상력 부재가 기본적인 소통조차 어려운 지금의 사회문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책을 통해 키워진다. 이 때문에 지난 임기 동안 학내에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책을 볼 수 있도록 신창(순천향대)역에 무료 도서대여 서가인 ‘북스토리(Book Story)’를 설치하고, 교내에선 신입생을 대상으로 ‘총장 추천도서 독서 감상문 공모전’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올해 2학기에는 ‘순천향인이 읽어야 할 필독서 20선’을 추천하고, ‘독서 감상문 공모전’을 개최해 학내 전체에 책 읽는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 이를 위해 실제 순천향대는 어떤 교육을 하고 있나.
“무엇보다 교양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2010학년도 입학생부터는 전공과 상관없이 인문학 교양필수 과목인 ‘인문학의 넓이와 깊이’를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했다. 또 교양교육원에선 문·사·철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데, 특히 안철수 교수 등 평소 만날 수 없는 학생들의 롤 모델을 초청해 강의하는 열린 강좌가 호응이 높다. 앞으로 교양교육원을 SCH인력개발원으로 개편해 인성교육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과학적 분석력’ ‘예술적 표현력’ ‘인문학적 상상력’ 이 세 가지만은 반드시 갖추도록 할 것이다.”

-수시1차 모집이 이제 막 끝났다.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에 면접관으로 참여해 화제가 됐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교교육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충남북 대전권 지역 학생들을 선발하는 ‘글로컬 리더 전형’을 신설,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면접문제도 직접 출제했다. 상상력을 요하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었다. 의과대학 학생까지도 개성과 창의성, 잠재력만을 보고 선발했다. 이는 지역대학으로서 최소한의 소명이자 입학사정관제의 진정한 취지라고 생각한다. 형편이 어려운 지역 학생들이 굳이 서울에 갈 필요가 없다. 순천향대에서 못 이룰 꿈이 없고, 반드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 

▲ ▲ 박성태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대담 중인 손풍삼 총장.

-2학기가 시작되면서 등록금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등록금 인하에 대한 총장의 견해를 밝힌다면.
“교육의 내실화 없이 무조건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은 오히려 대학의 교육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의 실익 있는 재정지원이 우선되고, 사립대 역시 재정 확충안을 마련해 등록금 의존율을 점차 낮춰야 한다. 올해 우리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0% 재단 전입금으로 40억원의 추가 장학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총 장학금 규모가 170여억원으로 확대됐다. 재학생 1인당 150만원의 혜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확충된 장학금은 근로장학금·봉사장학금·자기성취형 장학금 등으로 구분해 다양한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장학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예산을 과감히 절약해 등록금 인상요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 등록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재정지원 제한 43개 대학이 발표되면서 대학가가 비상에 걸렸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침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대학의 행정가로서 참 착잡하다. 지금의 현실은 팽창한 대학구조 때문에 발생했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대학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YS정부때 대학 설립을 쉽게 허가해 준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문제였다. 한마디로 당시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입학자원이 줄어드는 지금을 상상할 수 있었다면 그런 정책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대학설립을 허가해놓고 이제 와서 부실대학으로 낙인찍으면, 그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졸업생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겠나. 물론 대학들이 자성할 부분도 크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절대 행정가들에 의해 변질돼선 안 되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특히 대학평가 지표에서 취업률이 상당히 높게 반영된 것을 두고 대학들의 불만이 많다. 
“‘취업과 직업은 곧 인생이다’라고 평소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출세보다는 자신이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으라는 얘기다. 대학의 역할도 학생들이 성취를 느낄 수 있게 독려하는 데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와 상관없이 취업률 잣대를 들이대고, 정량평가를 한다.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학도 취업교육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 대학이 취업만을 위한 사설학원은 아니지 않나. 인성교육과의 균형이 필요하다.”

-하지만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대학이 취업교육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 아닌가.
“그래서 ‘인재’와 ‘적재’를 나누어 가르치라고 강조한다. 모두 인재가 되려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것이다. 모두 금강송이 될 필요는 없고, 굽은 나무도 다 쓰임새가 있다. 인재가 사회적 리딩 그룹이라면, 사회 곳곳에서 다양하게 제 역할을 하는 부류가 바로 ‘적재’다. 적재는 다른 나무와 어울려 살 수 있는 인성을 갖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기업에서도 직무능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적재를 원한다. 이를 위해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한 실무중심 교육을 하면서도, 교양교육원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 전공과 상관없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도록 하는 등 인성교육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지방대가 위기라지만, 순천향대는 광역경제권, 입학사정관제, 교육역량강화 사업 등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2014년까지 5개 분야를 특성화할 계획이다. 의과대학으로 출발해 발전한 대학인 만큼 의료과학분야의 강점은 계속 살리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GBS)과 디스플레이, 사회복지, 특수교육 등까지 총 5개 분야를 특성화해 2014년까지 국내 ‘Top 10’에 진입시킬 것이다. 이를 통해 재학생들에게는 지방대가 아닌 ‘Only one순천향대’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할 것이다. 우리대학 구호가 ‘SCH Pride’다. 학생들이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질때, 대학도 발전할 수 있다.”


■ 손풍삼 순천향대 총장은...

1944년 전북 전주 출생이다. 1978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윤리학 석사, 단국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통령 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교육문화심의관, 국방부 대변인, 국제사회문화연구소장, K-TV 방송주간 등을 지냈다. 2002년부터 순천향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로 재직해 왔다. 2005년 대외협력부총장을 거쳐, 2009년 2월 24일부터 순천향대 6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홍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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