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순 본지 논설위원/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영글어가는 열매를 보며 지나간 시절의 고통과 두려움을 보람과 새 희망으로 바꾸기도 하고, 때로는 허탈함으로 무엇인가를 탓하며 반성하기도 한다. 물론 선택과 과정에 기인한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가을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결실의 계절이고, 동시에 중요한 새로운 진로를 결정하는 시절이기도 하다. 졸업을 앞둔 졸업생들은 취업전선에 뛰어 들어야하고, 입시생들은 새로운 단계의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대학도 본격적인 입학시즌에 접어들어 지난 9월 16일 수시입학원서가 마감됐다. 4년제 196개 대학에서 24만 명에 가까운 수시 1차 모집결과 평균 경쟁률은 무려 30대 1을 넘었다고 보도됐다. H대의 모 학과는 무려 484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다수의 의과대학 경쟁률은 100대1을 넘었다. 치열한 경쟁이며, 대학 학령인구의 급감과 고액납부금등을 생각하면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대학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마치 쓰나미가 예고 된 것처럼 불안과 걱정스러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얼마 전, 대학 반값 등록금 운동을 시발점으로 최근에는 학자금 대출제한 및 재정지원 제한 대상대학이 발표됐다. 여기에 대학 입학정원 감소예측지표를 생각하면 실로 앞이 캄캄한 현실이며, 설상가상으로 지방대학의 위기의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인류의 발전사에서 대학교육과 인류문명의 발전은 밀접한 상관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처럼 한국의 국력이 지구촌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며, 이 또한 왕성한 교육열이었고, 세계최고의 고등교육 취학률에서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적 과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큰 몫을 대학이 담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은 혁신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대학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미래사회를 책임 질 유능한 인재는 전문적인 지식과 인격은 물론 경계를 초월하여 융합하는 능력이다. 국가, 지역, 세대, 문화간 경계를 포함하여 학문영역과 이념과 체제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융합하는 역량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부실대학발표 이후 어떤 경영자는 스스로의 부실경영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과감히 사표를 던지는 총장이 줄을 잇고 있다 한다. 스스로 부실한 대학경영에 책임을 통감하면서 거취를 결정하는 총장,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에게 역량을 함양할 요람을 제공해주지 못함에 대한 스스로의 자성을 보여주는 모습은 나름대로 품위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대학의 발전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었다.

차제에 선진국으로 진입을 위한 정부당국의 개혁의지가 절실한 때이다. 가장 중요한 과감한 재정투자와 대학 자율권의 부여되어야 한다. 반값등록금이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대학평가에 사용된 척도들은 최소한의 조건들임을 감안해 각각 대학의 역사와 풍토, 학문영역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하는 창의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젊은이들로 하여금 단순히 안정된 직업을 찾는 선택보다 자신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국가와 인류발전에 기여 하고자 하는 웅지를 펼 수 있는 요람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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