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한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 이한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학제 융합 지원 등 예산 큰 폭 증가"
당대 사회와 소통 필요…업적평가 기준 수정 주역

"‘인문학 축제’ 인문주간이 올해로 6회를 맞았다. 교과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주간 행사는 그간 대중들과 소통하고 인문학의 입지를 다지는 기능을 해왔다.

인문학에 ‘위기’라는 말이 따라붙은지 근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제는 한국의 인문학이 세계 학계 선두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문주간을 총괄 책임자 이한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이다.

이한구 본부장은 어느덧 취임한지 1년을 맞아 임기 2년의 반환점을 돌았다. 30년간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여러 학술상을 수상한 이 본부장은 지난 1년간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과 ‘학제 간 융합 연구지원사업’ 등에 힘써왔다.

이 본부장은 인문주간 기관별 행사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울에 올라와 잠깐 짬을 낸 이 본부장을 만나 현재 인문학의 위상과 나아갈 길, 내년도 추진사업에 대해 물었다.

우선 최근 인문학의 위상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이 본부장은 인문학의 위기가 지속돼 온 원인으로 경제 위기와 정부·대학의 책임을 언급했다.

“아무래도 세계적 불황이 지속되다보니 생계와 직결된 응용학문이 각광받고 있죠. 그러나 우리 사회는 유독 수요에 따라 너무 쉽게 학과를 만들고 조정하는 경향이 있어요. 대학은 직업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학문의 기반인 문·사·철을 도외시하면 안 됩니다. 주요 대학들이 나서서 기초학문의 틀을 유지해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해 아쉬워요.”

2005년부터 본격화된 대학 학사구조조정에서 인문계열 학과들이 늘 통폐합 도마에 오른 데 대해서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학과 조정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대학의 학사구조조정에는 확고한 비전과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인문학자들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와 교수들은 당대 화두가 되는 주제와 동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고전이라도 현대사회와의 접점을 찾아야 일반인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야만 ‘인문학 무용설’이 사라질 거라고 봅니다.”

이 본부장을 학문 간 융합 신봉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학제 간 융합 연구지원사업’ 예산이 10억 가량 늘었으며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산학협력 과제가 시범 실시되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심도 있는 연구라도 여러 전문적 지식과 방법을 토대로 해야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된다”고 강조했다. 가령 자연과학 연구 가설을 세우는 과정에도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2012년도에 가장 비중 있게 추진하는 사업은 교수업적평가 기준 수정이다. 인문학 연구 특성에 맞게 지표를 다변화하고 질적 평가를 대폭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공계는 SCI라는 최고서열 학술지가 있지만 인문학은 워낙 다양한 관점이 있기 때문에 서열을 매기기는 어렵죠. 그러나 분야마다 주요 학술지는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점수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저술 성과 평가도 대학별 평가위원회와 상위 전문가 그룹, 외국 전문가 초빙 등 더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하반기에는 학계 합의를 거칠 예정이고, 금년 말에는 마무리해서 내년에 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예요.”

정부는 인문사회연구분야 사업비를 매년 증액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정부의 인문학 연구 지원 사업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인문학 연구가 이제는 추격자 위치를 벗고, 세계무대 선두에 설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간 정부 지원이 대대적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인문학자들이 보답해야 할 때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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