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대학(Cyber University)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보획득의 시간을 단축하고 지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정보통신혁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면서 가상대학은 중요한 교육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개별성, 다양성, 창의성 등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혁명의 필수불가결한 부산물인 가상대학이 교육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 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가 대학간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중인 한국가상대학, 열린사이버대학 등을 2000년 3월까지 시범 운영한 후 본격적인 인증 학위수여 단계로 발전시킨다는 방침 수립과 함께 가상대학 정착을 위한 국내 대학들의 시동은 이미 걸려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가상대학은 인프라 구축이 미비한 데다 설립기준과 이와 관련된 제도 또한 정착되지 않은 '걸음마' 단계에 놓여 있다. 논의는 '디지털' 수준이지만 제반 환경은 '아날로그'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은 가상대학이기존의 대학교육 과 교육전반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본지는 교육의 혁명으로도 불리는 '가상대학 특집'을 기획,①가상대학이란 무엇인가 ②서울대, 서강대 등 단위 대학별 가상대학 ③한국가상대학 등 대학간 컨소시엄 가상대학 ④솔루션 보유업체 현황 ⑤가상대학을 준비중인 대학 등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로 가상대학의 의미와 역사, 문제점, 전망 등 가상 대학 전반을 살펴본다.<편집자>

가상 대학(Cyber University)이란? 가상대학은 점차 늘어나는 교육적 잠재수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캠퍼스를 물리적으 로 설치하던 기존의 대학 설립 방법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인터넷, PC통신 등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 대학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을가상 공간에 실현시키는 첨단 테크놀리지이다. 첨단 가상 교육체제에서는기존의 캠퍼스를 골격으로 하고 있는 공급자 중심 대학의 경직된 교육체제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현재와 같은 넓은 캠퍼스와 교직원, 부속기관 등 물리적 공간은 존재하지않는 것이다.

가상대학은 교육 소비자 중심의 사고는 물론 고등교육, 평생교육, 재교육 분야, 특수분야 등 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의 교육에 자기주도적이며 개별적인 학습환경 제공이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 기반의 유연한 교육체제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연구대상이자이목을 집중시키는 분야이다.

또한 교육 외적인 요인으로 △정보의 디지털화와 정보고속도로로 설명되는 정보 인프라 구 축 △대학 위기 타개책의 한 도구 △교육체제의 경직성 붕괴와 대학의 다품종 소량화로 인 한 새로운 형태의 대학출현 등도 가상대학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가상대학의 출현은 어찌보면 당연한 시대적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견해이다. 정보통신혁명의 시대에 모든 분야가 급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 육분야 역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개혁과 환경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육계가 적극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교육의 효과나 효용성 등 교육근본의 취지를 살려 내기는 커녕 기존 교육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지 경에 빠진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학교 교육은 정보통신혁명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정책, 교육지원체계, 교육과정, 교육방 법 개선 등이, 이에 걸맞는 형태로 바뀐다는 전망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갖는다.

현재 이러한 시도는 '열린교육'이라는 형태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고 각종 원격교육 프로그 램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중 하나가 컴퓨터가 제공하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가상대학인것이다.

새 천년의 대학모형

가상대학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 부터 자유로운 것이 매력 포인트. 24시간 개방돼 있어교수와 학생은 시간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고,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학교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가상대학은 또 상호 분산되어 있는 교육자와 피교육자를 쌍방향 연결하는 망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만들어 내는 분산된 학습모델을 적용한다. 즉, 학습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다 양한 정보원으로부터 습득하면서 다른 피교육자와 교육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있는 지식을 생성해 가는 방식으로 교육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가상대학이 이처럼 시공에 제약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상대학의 학생은 직장에 근무하면서전문성 향상을 위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택학습을통해 가상대학의 학위과정이나 비학위 교양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기존의 대학 교육에 비해 저렴한 교육비용과 함께 열린교육, 평생교육으로 될 수밖에 없는것은 가상대학이 갖는 최대의 매력이자 폭발력이다.

또한 가상대학에서는 인터넷상의 멀티미디어 자료인 월드와이드웹(www)을 통해서 학생들이 세계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최신 정보를 활용, 학습·토론하는 것은물론 프로젝트도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가상대학은 특정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습득 외에도 정보화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 구되는 정보수집, 분석, 가공, 창출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전자 캠퍼스인 가상대학은 지리 적인 제약을 초월하므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학습자로 구성된 국제적인 교육 공동체가 될 수 있으므로 '지구촌'이라는 말을 실감케 해주는 교육 시스템이다.

인터넷등 네크워크상에서 수업

우리 나라 가상대학의 교육은 주로 일반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이뤄진다. 가상대학의 수업은 실시간 화상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실시간 보다는수업내용을 웹에 올려 놓 으면 학생들이 다운받아 공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시험은 학생들이 일정한 시험기간 동안 사이트에 들어와 정해진 시간에 시험을 볼 수 있도 록 하고 있다. 또 팀별로 과제를 내면 게시판이나 대화방을 통해 팀끼리 토론을 해야 한다. 토론에 몇번이나 참여했는지 토론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했는지 등이점수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경우만 비춰 본다면 가상대학의 수업이 기존의 캠퍼스 수업에 비해 쉬울 것이라고 여 겨질 수도 있지만 학생관리 측면에서는 일반 수업에 비해 훨씬 어려운 점이 비일비재하다.

면대면(face to face)의 의견 교환이 제반 여건상 아직은 어려움이 따르기때문에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측정할 수 없으며 교수가 제시한 과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의사소통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아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이들이 바로 '사이버 온라인 조교'들이다. 이들은 교수들이 대답해주지 못하는 시시콜콜한 질문까지 대답해주고 학생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준다. 특히 수강 신청과 시험, 성적이 나올 때 쯤이 되면 온라인 조교들은 게시판에 올라온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범운영대학 선정으로 시동

우리 나라의 가상대학의 시초는 지난 95년 3월 경희대 황승연 교수가 '정보사회론'이라는 과 목을 '천리안'을 통해 실시한 것을 꼽는다. 이어 전남대, 성균관대 등에서 이러한 방식의 원 격수업이 몇 과목 실시돼 대학인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또 같은 해 12월 천리안에 '온라인 통신학교'가 모습을 드러내,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 까지 이 플랫폼을 이용, 학교소개나 수업관련 내용을 공지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이를활용하는 학교들은 그후 2년 만에 전문대·대학 1백4개교를 포함 3백18개로 확대됐다. 천리 안을 시발로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도 거의 동일한 포럼을 개설, 수업은 물론 학교홍보 및 소개, 학교와 학생간, 학생과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네트워크를 통해 구현할 수 있 게 됐다.

이후 97년 10월 교육부는 교육개혁의 과제로서 '98 가상대학 프로그램 시범운영대학 선정계 획'을 발표, 대학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98년 2월에는 5개의 가상대학 시범운영 기관과 10개의 실험운영기관이 선정됨으로써 일단락됐다. 또 단독 8개교, 컨소시엄참여학교 53개교 등 총 61개교가 선정됐는데, 현재는 74개로 늘어 4학기째를 맞아 여러 가지 형태로 가상대 학이 시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상당수의 대학들은 일부의 교육과정을 가상공간에서 실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고, 교육과 정 운영도 이미 기존의 캠퍼스 수업으로 해오던 교육과정 일부를 웹 기반의 온라인 강좌로개설,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첫 학기에는 41개 대학에서 2백56개 강좌를 개설해 총 1만6천7백21명이 수강했고 2학기에는 5백36개의 강좌로 늘어 약 4만5천여명이 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의 사이버 대학은 폭발적인 관심과 열기에 비해 교육의 수준 과 질은 적잖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며 "인위적인 틀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시범학교선정 및 서열을 정하는 것보다는 자율적이고 열린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hansh@unn.net <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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