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제청 거부’ 강릉원주대·부산대 재선거 불가피

조선대·연세대 등은 구성원 간 갈등으로 내홍

최근 대학가 곳곳에서 총장 선거를 둘러싼 진통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립대인 강릉원주대·부산대는 총장 후보자들이 교과부로부터 임용제청을 거부당해 재선거가 불가피하고, 사립대인 연세대·조선대는 총장 선거를 둘러싼 구성원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해당 대학 관계자들은 “현재의 혼란을 구성원 간 단합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22일 실시된 조선대 총장 본선거에서 교수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 총장선출 처음부터 다시 =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과부에 총장 임용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임용제청이 거부된 강릉원주대·부산대는 총장 재선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총장선출 일정을 처음부터 다시 짜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두 대학이 겪고 있는 총장 공석 상태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릉원주대는 최근 교무회의에서 교과부의 총장 임용후보자 재추천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내년 1학기 시작 전까지는 총장 공석 사태가 해소돼야 한다는 학내외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강릉원주대는 한송 총장이 7월 1일자로 임기를 마쳐 벌써 3개월째 총장 자리가 비어있다. 앞서 지난 4월 대학 측은 선거를 통해 1순위로 김명호 교수, 2순위로 김남두 교수를 총장 후보자로 추천했으나 교과부는 1·2순위 후보자 모두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을 이유로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7월 25일자로 강릉원주대에 총장 후보 재추천 공문을 발송했으며 대학은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총장 후보를 재추천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강릉원주대가 교과부의 임용제청 거부에 맞서 버티기로 일관할 경우 선출된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총장을 임명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총장 재선거를 치르는데 최소한 50일 정도 걸리고 총장 임용까지는 90일 정도 소요된다”며 “교과부에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총장 임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에 새 총장이 취임하는 것을 목표로 재선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걸림돌은 당초 1순위로 추천된 김명호 교수의 행정소송 결과다. 김 교수는 지난 8월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임용제청 거부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며 재선거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강릉원주대 관계자는 “김 교수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교과부에서 다시 임명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행정소송 결과가 교과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총장 재선거를 추진해야 한다”며 “김 교수의 행정소송 결과는 10월 말쯤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역시 교과부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을 거부, 선거 일정을 새롭게 짜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교과부는 지난 22일 부산대가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추천한 정윤식 교수의 임용제청을 거부키로 결정하고 오는 12월 22일까지 새 총장후보를 추천할 것을 통보했다.

정 교수는 지난 6월 치러진 부산대 총장선거에서 1순위에 올랐으나 선거를 앞두고 동료 교수 37명에게 지지를 부탁한 혐의 등으로 약식 기소돼 1심에서 벌금 400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2위 후보자인 박익민 교수도 사전 선거운동에 따른 교육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뒤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에 따라 부산대는 김인세 총장이 지난 8월 말 퇴임한 직후부터 부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재선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규정상 재선거 일은 11월 초가 유력하다”며 “선거 후 교과부에서 새 총장을 임명해줄 때까지는 현재의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구성원 간 갈등 인한 진통도 = 사립대인 연세대·조선대 등은 총장 선거를 둘러싼 구성원들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조선대는 선거부터 이사회 임명까지 총장 선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으나 탈락 후보자가 법적 대응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학교법인 조선대학교 이사회는 지난 26일 조선대 신임 총장으로 전호종 현 총장을 임명했다. 연임에 도전한 전 총장은 지난 20일 치러진 총장 예비선거에선 1순위, 22일 본선거에선 2순위에 올랐다. 전 총장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서재홍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비선거에선 2순위, 본선거에선 1순위를 차지해 전 총장과 이사회에 복수 추천됐다.

문제는 조선대 일부 구성원들이 본선거 2순위인 전 총장이 총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서 교수는 27일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이사회 결정은 원천 무효다.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며 강경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또 같은 날 조선대 일부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2순위 후보를 차기 총장으로 임명한 이사회 결정은 대학 구성원들의 총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또 다른 조선대 구성원들은 “납득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사립학교법과 법인 정관상 총장 임명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조선대 한 교수는 “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이사회의 권한이다. 이사회는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더 옳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강현욱 이사장도 “26일 이사회에서 총장 임명과 관련해 4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토론을 진행했고 총장후보자들을 다방면에 걸쳐 검증한 뒤 전호종 후보자를 차기 총장으로 결정했다”며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해 2인의 후보자를 선발하면 그 중에서 1인을 임명하는 것은 이사회의 몫”이라고 밝혔다.

현재 총장선거를 진행하고 있는 연세대의 경우 이사회가 가톨릭 신자를 후보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전해져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다양한 배경과 출신에 오픈한다는 이번 총장선거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지난 7월 말까지 총장후보를 추천 받아 본인이 고사한 경우를 제외한 총 13명의 후보에 대해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종후보가 확정될 때까지 후보들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연세대 내에선 이사회가 가톨릭 신자 1명을 제외한 개신교 12명을 후보로 올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특히 총장선거 규정에는 후보자가 개신교 또는 개신교 특정 종파를 믿어야 한다는 항목이 없기 때문에 더욱 불공평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톨릭 신자로 탈락설이 나돌고 있는 후보는 “학내에 떠도는 말이 사실이라면 가톨릭도 기독교인데 어째서 탈락돼야 하는지 궁금하고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김봉구·민현희·전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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