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져”

등록금 수준이 높은 대학일수록 오히려 학자금 대출 비율은 낮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등록금이 비쌀수록 학자금 대출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와 반대되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10월 말 가야대가 주최하는 ‘지방대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하는 김운회 동양대 경영관광학부 교수가 4년제 190개 대학의 등록금 순위와 대출 비율을 분석해 4일 공개한 ‘지역대학 위기와 해결대안’ 자료에 따른 것이다. 특히 대출자 비율이 낮은 10개 대학 중 8개가 등록금이 비싼 수도권 소재 대학들이었다. <표 참조>

통계에 의하면 연세대는 연간 등록금이 평균 869만원으로 전국 5위를 기록했지만 대출받은 학생의 비율은 9%로 179위에 불과했다. 연간 등록금 800만원 이상의 아주대(841만원)·건국대(833만원)의 학자금 대출자 비율은 14%, 상명대(833만원)는 18%에 그쳤다.

이외에도 고려대(846만원), 성균관대(851만원), 한양대(859만원)는 등록금 수준이 상위권에 속했지만 각각 대출자 비율이 21%, 22%, 23%에 머물러 학자금 대출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연간 등록금 700만원 미만인 대학들은 오히려 학자금 대출 비율이 높았다. 주로 지방대들이 여기에 해당됐다. 등록금 576만원 수준인 대전가톨릭대는 대출자 비율이 100%였고 부산장신대(614만원)와 대신대(633만원)도 각각 대출자 비율이 56%와 53%를 기록했다.

이들 대학의 경우 소규모 신학대의 특성을 감안해 예외로 하더라도 루터대는 연간 등록금이 667만원인 데 반해 대출자 비율은 59%에 이르렀다. 대구외대(538만원)도 대출자 비율이 42%, 경성대(688만원)와 광주여대(658만원)는 40%로 각각 집계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싼 지방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저렴한 등록금에도 부담을 느껴 학자금을 대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적 형편이 좋은 학생일수록 등록금 수준이 높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 사실”이라며 “지방 저소득층 학생들일수록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통계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 상환율 지표가 ‘재정지원 제한대학’ 등 부실대학을 가리는 평가 잣대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이 싼 지방대에 진학해 학자금을 대출받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박재관 경주대 발전기획처장은 “학자금 대출 상환율이 낮은 게 대학의 책임이냐”고 반문하며 “상환율이 낮은 것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고 봐야 한다. 경제난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는 이유로 해당 대학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학교가 직접 나서 학생들의 학자금 상환을 돕는 대학들도 있다. 경주대는 교직원들이 임금의 10% 내에서 3억원의 성금을 모아 학자금 미상환 학생들을 지원키로 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도 3억 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 30만원씩 학생 1200명의 대출 학자금을 한국장학재단에 대신 상환하는 장학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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