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부 명지전문대학 청소년교육복지과 교수

지난 여름은 긴 장마와 산사태로 국민들 모두가 걱정으로 보낸 짜증나는 시간들이었다. 수마(水魔)가 지나간 간 자리엔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요즘 날씨는 가히 환상적이다. 구름 한 점 없이 청청한 하늘을 보니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전문대학에 요즘 날씨만큼이나 맑고 밝은 일이 생겼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탄생한 것이다. 전문대학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그 출범을 축하와 함께 환영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문대학의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갈 수 있는 공적인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개별 전문대학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연구소를 통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얽힌 부분을 하나하나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은 전문대학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출범하는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실력있는 연구인력을 확보하여 질 높은 연구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간 전문대학은 직업교육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연구에 대해서는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전문대학과 연구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게 되었고, 교수 이외에 심도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전문연구인력이 전문대학 어디서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시적으로 머믈다가 ‘저 높은 곳을 행하여’ 떠날 연구자가 아니라 전문대학과 함께 한 생을 보람있게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실력있는 연구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한 연구자가 함께 한다면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고등직업교육연구소는 전문대학의 가려운 곳이 어딘지를 찾아내어 긁어줄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교육의 전망대가 되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문제를 찾아 그 대안과 함께 사회에 제시하여 연구소의 존재를 확인시켜야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 실적을 쌓기 연구가 아니라 전문대학의 당면문제를 들춰내고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교육분야 중에서 전문대학 영역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활용할 수 있는 기초연구가 부족하다는 것도 그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출발하는 고등직업교육연구소는 체계적인 기초연구를 차곡차곡 축적해 나가야 할 무거운 임무를 부여 받은 셈이다.

현존하는 한국전문대학교육연구학회와의 역할부담도 풀어야할 문제인 것 같다. 지금까지 전문대학관련 연구는 학회가 중심이 되어 수행한 것이 사실이다. 10여 년의 역사를 통하여 나름대로 직업교육연구의 노하우도 축적했을 연구학회가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의 출범으로 ‘우애 좋은 형제(?)’로 살아갈 것인가, 각자의 성격과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좀 해야 할 것 같다.

다시 한번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의 출범에 힘찬 박수를 보내며 앞날에 요즘처럼 고운 가을 햇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아울러 전문대학 발전의 주춧돌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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