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6개 대학, 서울디지털대와 '사이버강의' 통해

▲ 지난 8월 서울디지털대가 대학들에 보낸 공문. '저렴한 비용으로 강좌 자체 운영시보다 효율적으로 강의를 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덤핑강의' 신뢰 저하… 학생들만 피해

전국 56개 대학이 사이버대학인 서울디지털대(SDU)와 학점교류를 통해 등록금을 서로 나눠 가져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점교류를 맺은 후 대학들이 강의 일부를 서울디지털대의 사이버강의로 대체해 개설하고 서울디지털대는 강의료를, 대학은 강의를 개설하지 않는 비용에서 발생하는 차액을 챙기는 형식이다.

감독을 맡은 교과부는 이와 관련 “학칙에 맡길 일”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었다.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가 거센 가운데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이어서 이와 관련 사이버대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서울디지털대학교 연합대 컨소시엄 참여 제안’ 공문에 따르면, 서울디지털대가 지난 8월 56개 대학 이외의 대학들에 ‘저렴함’을 내세워 컨소시엄 참여를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강좌 자체 운영시보다 효율적으로 강의를 운영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저렴한 비용’이 가능한 이유는 일반 대학 강의 대신 서울디지털대의 사이버강의로 대체하면 강의실이나 강사 등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협정을 맺은 대학측은 서울디지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사이버강의 중 몇 과목을 골라 대학 내에 개설하고, 서울디지털대에 학점당 1만원씩 제공한다. 그리고 강의실이나 강사를 준비하지 않은 데 따른 등록금 차액은 모두 대학측이 가져가는 형태다.

예를 들어 한 학기 등록금이 400만원인 오프라인 대학의 경우 학생이 20학점을 듣는다고 가정했을 때 학점당 2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3학점이면 60만원이다. 그렇지만 이 강의를 서울디지털대의 사이버 강좌로 대체할 경우 3학점에 해당하는 3만원만 내면 된다. 나머지 57만원은 고스란히 대학이 가져간다. 서울디지털대는 사이버강의를 오프라인 대학에 제공하고 3만원을 받기 때문에 서로 이득을 보는 셈이다.

이렇게 양측이 서로 등록금을 나눠 가져가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생들은 저렴한 사이버강의를 듣더라도 등록금을 전부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대 입학관리팀은 이에 대해 “사이버 강의를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 않느냐”며 “나머지 비용을 정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 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 중 한 곳인 지방의 W대 교무처 관계자도 “서울디지털대의 강의가 더 저렴한 것은 사이버강의이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강의를 개설한다 해도 학생들이 안 들으면 된다. 학생들이 원해서 강의를 듣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와 관련한 차액을 일부러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까지 서울디지털대와 컨소시엄을 맺었던 K대 교수학습센터 관계자는 “지난 학기까지 학점당 1만원을 주고 서울디지털대의 일부 강의를 교양과목으로 개설했다”며 “사실상 대학은 서울디지털대 수업을 잘 듣도록 보조해주는 역할만 하고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등록금을 전부 받는 것은 좀 과하다고 본다”고 문제를 수긍했다.

사이버강의를 대학에 저렴하게 제공하고 돈을 받는 일에 대해 다른 사이버대의 시선도 그닥 곱지 않다. 한 사이버대의 입시팀장은 이번 일에 대해 “사이버대 콘텐츠를 대학과 공유하는 것은 사실상 강의를 ‘재활용’하는 것으로, 이른바 ‘덤핑’이라 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은 사이버대의 강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 비난했다.

한편, 이를 감독해야 할 교과부 측은 “학칙에서 규정할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부 이러닝과 관계자는 “차액이 발생하는 부분이나 학생에게 피해가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며 “학점교류에 대한 것은 대학 측과 서울디지털대 간의 문제이기 학칙으로 규정됐으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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