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 후보자 임용제청 잇달아 거부

“제도 폐지 유도하려는 본보기식 행정” 비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직선제를 통해 추천된 국립대 총장 후보자들의 임용제청을 잇따라 거부·지연해 대학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립대 사이에선 교과부가 직선제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고자 ‘본보기식’ 행정을 하고 있단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 같은 대학들의 비판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과학기술대는 오는 15일자로 현 노준형 총장의 임기가 종료되나 아직까지 차기 총장을 임명 받지 못했다. 서울과기대는 지난 6월 말 총장 선거를 실시하고 곧바로 1·2순위 후보자를 정부에 추천했다. 관례대로라면 늦어도 지난달 말쯤엔 차기 총장 임명이 완료됐어야 한다.

순천대의 상황은 더욱 급박하다. 순천대는 지난 6월 임상규 총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4개월째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순천대는 지난 7월 말 선거를 통해 선출된 총장 후보자 2명을 정부에 추천하며 대통령 임명까지 50여일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선거 종료 7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차기 총장을 임명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국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서울과기대·순천대 모두 총장 후보자 검증 과정에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현재까지 후보자들에게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이달 안으로는 총장 임용제청을 마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과기대·순천대의 총장 임용제청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교과부는 지난 7월엔 강릉원주대, 지난달엔 부산대의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한 바 있다. 이 중 강릉원주대는 총장 후보자들의 논문 표절 의혹, 부산대는 불법 선거운동이 임용제청 거부 이유였다. 이에 따라 부산대는 다음달 11일 재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고 강릉원주대는 재선거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두 대학의 재선거는 기존 직선제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이처럼 교과부가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 후보자들의 임용제청을 연달아 거부·지연하자 대학가에선 “국립대의 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한 본보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직선제를 통해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대학 스스로 직선제를 포기토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 지방 국립대 교수는 “강릉원주대·부산대의 사례를 보면서 교과부가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하고자 일부러 꼬투리를 잡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국립대들이 직선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게 만들려는 교과부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국립대 교수도 “잇따른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지연은 직선제 유지 대학들의 숨통을 조이기 위한 본보기식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판은 대학가 밖에서도 나온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부산대 국정감사에서 “총장 후보자가 파렴치범도 아닌데 교과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해 부산대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직선제 폐지라는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직선제 폐지를 유도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단언했다. 교과부 국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직선제를 폐지하려고 일부러 꼬투리를 잡거나 고의적으로 총장 후보자에 대한 평가 잣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은 결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총장 직위에 맞는 도덕성·청렴성 등을 교과부가 확실히 검증해주는 게 대학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은 부산대 국정감사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후보자가 총장직에 오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이를 직선제 폐지 의도로 몰아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직선제 방식으로 치러지는 부산대 재선거가 무사히 마무리되면 현재의 우려·반발은 말끔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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