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진 본지 논설위원/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교수

▲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무릇 선거의 계절이 왔나보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경선과 10.26 보궐선거를 향한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전하는 언론의 뜨거운 보도경쟁이 이를 잘 말해준다. 선거는 정치의 꽃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큰 축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시시각각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여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여성 정치인의 따뜻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엄마 시장’이라는 선거전략 문구가 뉴스보도를 통해 나오는가하면 ‘시민운동가’의 청렴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존의 직업정치인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언론을 통해 부각시키기도 한다.

언론은 엄마가 자신의 아이처럼 유세 중의 어린 아이를 자상하게 안아주는 장면이나, 다 낡아빠진 구두 뒷굽을 클로즈업해 발로 뛰면서 민심을 수렴해왔다는 시민활동가의 참신한 이미지를 선거보도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눈물로 호소하는 이른바 읍소형 행보는 이제 정치인들의 단골 선거전략 메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언론과 정치는 예로부터 불가분의 관계였다. 미디어 사회로 일컫는 현대사회에서 그 관계는 매우 복잡한 위상을 갖는다. 언론은 정치행위를 보도하면서 여론을 움직이는 엄청난 힘을 보이기도 하고, 정치는 언론정책 수립행위와 같이 그에 적법하게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 내지는 조작하려는 불순한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언론과 정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양자는 상호 공생 내지는 침투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종종 불미스런 일들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들도 벌어져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2등도 필요 없고 오로지 1등 당선만이 정치적 승리라는 월계관을 쓸 수 있는 현실에서 후보자들은 무엇보다 미디어 전략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선거를 기획한다. 기실 미디어는 후보자가 여론에 호소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훌륭한 도구이자 무기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모 후보가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중증 장애인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면서 직접 한 장애아를 목욕시켜주는 장면이 방송용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돼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뉴스 보도에서는 하반신이 가려진 채 방송되었지만 목욕을 시켰던 후보나 이를 보도했던 방송사 모두 구설수에 올랐다. 평소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는 해당 후보의 해명이 뒤따랐지만 일종의 정치적 연출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받았고 이를 방송한 언론은 선정적 보도행위로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 국밥을 직접 나눠주는 시민운동가 출신 후보의 모습이 상투적인 어투와 표정으로 보도되는 뉴스에서 유권자는 후보자의 가공된 이미지만을 접할 수밖에 없다.

상징화된 정치 그리고 그 이미지만을 쫓아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에서 올바른 선거보도를 해야 할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기존의 정치풍토를 극도로 불신하며 제3의 새로운 물결을 추구하는 유권자 시민들의 참된 희망을 언론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 선거보도는 민심을 벗어난 공허한 언론행위가 될 것이 자명하다. 희망의 정치를 바라는 민심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언론부터 구태에서 깨어나 새로운 자세와 각오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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