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신호탄… 정부 움직임에 대학도 화답

'전방위 압박' 정부에 화답 해석도

▲ 지난달 적립금 135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전환한 이화여대의 캠퍼스 전경.

대학들이 적립금을 풀기 시작했다. 사용 용도가 지정된 적립금을 다른 곳에 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주요 대학들도 적립금의 장학기금 전환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7일 대학들에 따르면 이런 움직임은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부터 촉발됐다. 정부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며 대학들의 동참을 거듭 촉구해 대학 입장에서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간 협의를 비롯해 대학가 감사원 감사 등 ‘전방위 압박’이 이끌어낸 변화다.

신호탄은 이화여대가 쏘아올렸다. 이화여대는 지난달 교비회계 적립금 중 건축적립금 500억원, 기타적립금 850억원을 장학적립금으로 돌렸다. 늘어난 장학적립금 1350억원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주요 재원으로 쓰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들이 적립금은 용도가 지정돼 다른 용도로는 사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그동안 대학들은 적립금을 쌓아만 놓고 등록금 인하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에 “적립금은 각각 용도가 지정돼 있어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이화여대는 원금이 보존되고 발생하는 이자로 지급하는 방식의 장학적립금 전환으로 연간 장학금을 60억원 가량 늘렸다. 앞서 몇몇 대학이 적립금을 털어 장학기금을 확충하기도 했으나, 이번에 국내 대학 중 최고 규모의 적립금을 보유한 이화여대가 이를 장학기금 형태로 용도 전환함에 따라 다른 대학들의 입장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들은 정부 요청과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이 같은 적립금의 장학기금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앞서 이화여대를 포함한 7개 사립대 총장들이 참여한 대교협 등록금 대책 태스크포스는 ‘적립금 적극 활용’ 방침을 직접 밝힌 바 있다.

김정오 연세대 기획실장은 “적립금 용도 전환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일반 적립기금은 장학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기금 운용의 주체인 학교와 법인이 적절히 판단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해 학교들도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적립금을 사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성재호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도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므로 대학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건축 감가상각 등을 제외한 적립금 전환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학 적립금을 지정된 용도와 다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교과부가 관리·감독을 엄격히 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그간 정부가 적립금 전용을 우려해 원래 용도와 다르게 쓸 수 없도록 규제해 대학 적립금이 계속 쌓이는 측면이 있었다”며 “교과부의 감독권 행사를 전제로 대학이 적립금을 장학금 확충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에게도 도움이 되고 적립금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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