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두달 안 30%↑ 재정지원 제한 벗어난다”
“태풍 겪은 후 생태계 복원되듯 학교도 바뀔 것”

지난달 초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돼 충격을 받았던 상명대가 서둘러 위기 수습에 나섰다. 결과 발표 다음날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2주 후에 새로운 총장이 취임했다. 전임 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가 예상됐지만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위기 극복의 중책을 맡은 강태범 신임 총장은 “가장 문제가 됐던 취업률을 끌어올려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반드시 벗어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총장실에 단과대학별 취업률 현황이 적힌 큰 화이트보드가 들어섰고, 총장 책상 위에는 학생들의 개인별 취업률 현황표가 놓였다. 강 총장은 “그동안 중상위권 대학이라는 평가 속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위 15% 명단 포함을 대학이 변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 어려울 때 총장을 맡았다. 당장 급한 게 취업률 향상인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룰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 상명대는 예술계열의 비중이 높다. 취업률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평가지표 계산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취업률에 표준점수를 도입하는 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할 생각이다. 계열별로 평균치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되는 정도를 비교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순수미술 학과 평균 취업률이 10%고 공학계열 학과 평균 취업률이 80%라면 이 10%와 80%는 동일선상에서 평가해야 한다.”

- 맞는 말이지만 두 달 뒤 취업률 발표가 있다. 현실적으로 취업률 향상 대책이 필요한데.
“상명대가 이번 평가에서 나쁜 성적표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취업률 때문이다. 내년도 취업률 산정 기준일 11월 30일까지 취업률을 30%p 이상 끌어올려 75%를 달성하겠다. 올해(2137명)보다 서울·천안캠퍼스 합쳐 970명을 더 취업시켜야 한다. 총장 혼자서 또는 보직교수들만 움직여서 될 일이 아니다. 취업률을 올리려면 교수들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취업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그 학과 교수들뿐이다. 교수들이 직접 발로 뛰며 기업에 학과 학생들의 취업을 부탁하고, 이직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려는 학생들도 설득해야 두 달 안에 취업률을 높일 수 있다.”

- 총장실의 단과대별 취업률 현황판을 보니 발로 뛰는 게 느껴진다.
“단과대 뿐 아니라 개인별 취업현황표도 있다. 지난달 21일 취임식 후 3~4일 동안 밤을 새워 만든 것이다. 교수들마다 학생 몇 명을 담당하며 취업 책임 학생들의 명단을 줬다. 교수들도 함께 책임지고 앞장서 움직이라는 의미다. 학교가 핵폭탄을 맞은 셈인데 교수들이 편히 잠잘 수 있느냐. 교수 개개인이 기업 인사담당자와 만나 학생들 취업을 부탁하는 데 드는 식대·전화비 같은 취업지원비용은 학교가 전폭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 취업에 교수들이 발 벗고 나서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
“취임 후 바쁘게 뛰어다니며 교수들을 설득했다. 지난달 27일과 28일에는 각각 천안캠퍼스와 서울캠퍼스에서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난상토론을 벌였다. 총장에 대한 불만, 학교 조직에 대한 문제 제기 모두 학교 운영에 참고할 것이며 총장이 교수들 위에 서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신 함께 움직이자고 부탁했다. 총장이 독려할 수는 있지만 각 학과 학생을 취업시키는 데 총장이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학교에 비상이 걸린 만큼 교수들이 나서줘야 한다고 당부했고, 교수들도 이런 뜻을 충분히 받아들여줬다.”

강 총장의 취임은 비상사태를 맞은 상명대가 빠르게 위기극복체제로 전환했다는 의미가 크다. 최근 사립대 하위 15%인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이어 국립대 대상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까지 발표되며 명단에 포함된 대학의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상명대는 이들 대학 중 가장 빠르게 침체된 분위기를 수습하며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 강 총장은 이런 면에서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05년 제2주기 대학종합평가에서 기획부총장을 맡아 ‘최우수대학교’에 선정되는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대학 관계자는 “총장실 책상에 학생 개인별 취업현황표를 놓아두고 수시로 체크하는 성실함이 그 원동력”이라고 귀띔했다.

- 새 총장 임명은 재정지원 제한대학 중 가장 빠른 행보다. 특별한 의미나 이유가 있나.
“이사회에서 제 경험을 살려 위기를 수습하라고 총장으로 임명한 것 같다. 1995년 상명여대에서 지금의 상명대로 남녀공학 전환 과정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일을 열심히 했다. 당시 다른 남녀공학 전환 대학들이 진통을 겪었던 데 비해 우리는 별다른 갈등 없이 잘 마무리됐다. 2005년 제2주기 대학종합평가를 받을 때도 기획부총장으로 실무를 맡아 최우수대학교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교수들과 함께 준비한 결과지만 그동안 미션이 주어졌을 때 성적이 괜찮았다. 이번에도 짧은 시간 안에 평가지표를 올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 총장으로서 학교의 체질을 어떻게 바꿔나갈 계획인지.
“사실 그동안 자만했다. 정부가 등록금 3% 이상 인상하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올해 등록금을 그 이상 올렸다. 교수들부터 늘 우리는 중상위권 대학이라는 인식 때문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다. 고교 3등급 이상 학생들이 입학하는 데다 충원에 문제없고 부채도 없는데 설마 하위 15% 안에 들어가겠느냐, 생각했던 게 이런 결과로 돌아왔다. 물론 천안캠퍼스와 통합해 수도권 대학 평가를 받은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결국 자만했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점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취업률 올리는 데 교수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들면 지표 상승이 1차 목표지만 그런 자세도 달라질 것이다.”

- ‘마이 웨이’를 벗어나 상황에 적극 대처해야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지금은 모든 게 상대평가 아닌가. 절대평가 방식이라면 다른 대학 눈치를 안 봐도 되지만, 상대평가는 다른 대학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 알고 우리도 그만큼 변화해야 한다. 그간 우리는 다른 대학이 얼마나 빨리 변화하고 있는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며 안간힘을 쓰는 곳도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바뀔 것이다. 다른 대학들 이상의 속도를 내야 한다. 두 달 안에 목표치인 취업률 75%를 달성하지 못하면 보직교수들 모두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각오로 달려들고 있다.”

- 이번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 바란다.
“태풍을 겪은 해가 태풍이 없었던 해의 바다 생태계보다 오히려 더 활성화된다고 한다.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간 후 오히려 새로운 생태계로 복원되는 것이다.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상명대는 틀림없이 해낼 수 있다. 8개 평가지표의 목표치를 잘 설정하고 해 정확한 전략을 짜서 함께 노력하면 우리 대학의 원래 위치인 상위권 대학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런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카리스마로 이끌기보다 겸손한 섬김의 자세로 교수들과 같이 해나가려고 한다. 법인에서도 지표 상승에 500억원 이상을 집중투입하기로 했고, 전체회의를 통해 교수들이 모두 힘을 합치기로 다짐했다. 이번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저부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 박성태 본지 발행인(왼쪽)과 환담하고 있는 강태범 총장.

■ 강태범 총장은…
경희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공학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상명대의 전신인 상명여대 화학과 교수로 부임해 기획조정실장, 기획처장, 전산정보대학원장, 자연과학대학장 등을 두루 거쳤다. 한국막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한편 기획부총장, 서울캠퍼스 부총장 등의 학내 보직을 지냈고 2007~2008년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1995년 상명여대에서 상명대로의 남녀공학 전환, 2005년 제2주기 대학종합평가 최우수대학교 선정 당시 진두지휘한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달 20일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정리 = 김봉구 기자, 사진 = 조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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