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본지 논설위원 / 아주대 전자공학부 교수

▲ ▲ 김상배 본지 논설위원/아주대 전자공학부 교수
“나쁜 가르침은 배움을 방해한다. 괜찮은 가르침은 배움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좋은 가르침은 배우도록 도와준다. 뛰어난 가르침은 배우는 능력을 길러준다. 위대한 가르침은 인생을 바꾼다.”

학생들에게 대학생활을 안내하는 책 <Good Teaching: A Guide for Students>의 한 대목이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글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교육자라면 누구나 학생들의 인생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기를 원한다. 바로 그것이 교육이라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교육의 가장 낮은 차원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스스로 탐구하게 하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게 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높은 차원이라 믿는다. 그래서 위대한 가르침은 학생들의 인생을 바꾼다.

해마다 9월이면 한 신문에 우리나라 대학 순위가 발표된다. 그리고 대학들은 수능성적표를 받아든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된다. 순위가 오른 학교들은 오른 대로, 순위가 내려간 대학들은 내려간 대로 분주하다. 결과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평가기준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신문의 평가기준은 대략 교육여건, 국제화 정도, 교수 연구, 평판도와 졸업생의 사회진출도 등이다. 얼핏 보아도 이 평가 기준에는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성취하고 발전했는지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인생을 바꾸는 위대한 가르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비슷한 평가결과 발표가 미국에서도 이루어진다.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가 그 일을 맡는다. 이들의 평가기준은 타대학 보직교수들의 평가, 교수진(교수 대 학생비·강의당 수강인원·교수 봉급 등), 입학생 수준, 학생 탈락률, 학생 졸업률, 재정상태, 졸업생 기부금 등이다. 역시 교육에 투입되는 양을 중요시할 뿐 교육의 결과인 학생들의 배움과 그 질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거나 피상적으로 들어 있다.

언론기관이 주도하는 투입 중심의 대학 평가와는 다른 각도에서 이루어지는 평가가 있다. 바로 인디애나대학교 주도로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NSSE(National Survey on Student Engagement)’다.

이름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이 조사는 학생들이 학업에 투입한 시간과 노력, 학교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학습활동 참여도에 초점을 맞춘다. 교육에 투입되는 자원보다는 학생들의 학습 참여도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교육적으로 보면 진일보한 평가방식이다.

그러나 이 NSSE 역시 여전히 투입 중심의 평가다. 신문의 평가가 학교가 교육에 투입하는 양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학생들이 학습에 투입한 노력과 시간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이다. 당연히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통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평가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NSSE에는 의미 있는 조사항목이 많다. 수업에서 얼마나 많은 발표를 하는지, 논문이나 프로젝트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몇 개 초안을 준비하는지, 과제를 수행하거나 수업 중에 토론할 때 다른 수업에서 배운 개념들을 얼마나 자주 종합해야 하는지 등이 그러한 예다.

인생 계획을 얼마나 자주 교수들이나 상담원과 상의하는지도 포함되어 있다. 특별히 흥미로운 조사항목은 이렇다. 교수들의 기대수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한계보다 더 열심히 학습해야 했던 경험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 물론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논문을 쓰는지, 그리고 다른 학생과 교수, 직원과의 관계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등도 포함된다.

이렇게 보면 대학교육의 질 또는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금까지의 도구들은 그리 정교하지 못하다. 무엇이 얼마나 큰 비중으로 대학교육의 질과 대학의 경쟁력을 결정하는가? 정답 없는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한국대학신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한다. 그 답은, 경쟁력 평가의 정확한 도구라는 차원을 넘어, 인생을 바꾸는 대학교육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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