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추진 난항 … 철저한 계획 뒷받침 돼야

대학마다 제2캠퍼스 조성 ‘붐’이 불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은 수도권에 새로운 캠퍼스를 세우면서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방대는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축소를 앞두고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2캠퍼스 ‘북상’을 자구책으로 내놓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는 제2캠퍼스 조성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경기도 파주시와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거나 서강대는 학내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지 않고 다소 일방적으로 남양주캠퍼스를 추진하고 있는 탓에 잡음이 발생한 부작용도 있다. 물론 일부 대학의 캠퍼스 건립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지에 대한 지자체와의 갈등과 유치 실패에 따른 후유증 등 제2캠퍼스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는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제2캠퍼스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을 살펴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또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 인서울 “글쎄”, 지방대 “활발” = 건국대·광운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상명대·중앙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은 본교와 가까운 경기도에 새로운 캠퍼스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은 대학이 상당수다. 개교가 2020년이 넘어가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만 체결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는 대학이 많은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지지부진’하다.

반면 지방대는 수도권 인근에 제2캠퍼스를 조성하는데 ‘사활’을 걸어 서울 주요 대학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일부 지방대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본교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은 충청도에도 제2캠퍼스를 건립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전북 임실군에 위치한 예원예술대는 경기도 양주시에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제2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예원예술대 양주캠퍼스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특별법’에 의해 지방 소재 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예원예술대 양주캠퍼스는 지난해 11월 건립에 착공했는데, 11만5739㎡ 규모로 첫해 4개 학과(정원 400명)로 출발할 계획이다. 예원예술대는 양주캠퍼스를 2020년까지 점차적으로 6개 학부, 15개 전공, 정원 4000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근 양주캠퍼스추진팀장은 “현재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10월 말 교과부에 인가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내년 3월부터 양주캠퍼스에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유성의 침례신학대도 미군 공여구역인 경기도 동두천에 제2캠퍼스를 조성한다. 침례신학대는 지난해 11월 동두천시와 MOU를 체결하고 2013년 개교를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2만8000㎡ 규모의 침례신학대 동두천캠퍼스는 신학대학원과 학부 내 1개 학과가 이전할 계획이다.

영동대는 충남 아산에 제2캠퍼스를 세우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11월 교과부 승인을 받았다. 영동대가 충남 아산에 제2캠퍼스를 조성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본교가 충북 영동에 있기 때문에 거리상으로 가까운 데다 아산에 1호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수도권 일대 학생의 진학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영동대 아산캠퍼스는 2014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음봉면 일대 43만8000㎡에 조성된다. 영동대의 컴퓨터공학·사이버경찰학과·발명특허공무원학과 등 6개 학과가 아산캠퍼스로 이전한다. 이들 학과의 총 입학정원은 190명 정도다.

 
■ 이화여대 ‘건립 철회’, 중앙대 ‘난항’ = 이화여대가 최근 파주캠퍼스 조성 철회를 선언하는 등 서울 주요 대학의 캠퍼스 건립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건립에 실패할 경우 지역과 주민에게 모든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대학과 지자체 간 협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서울 주요 대학이 제2캠퍼스 부지로 가장 선호하는 수도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4년제 대학 신설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과 미군 공여구역 등에서는 이전과 증설이 가능해 지자체의 유치 경쟁이 뜨겁다.

파주캠퍼스 건립를 진행하던 이화여대는 최근 캠퍼스 조성 철회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8월 19일 국방부와의 토지 매수 협의 결렬에 따라 파주캠퍼스 추진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화여대는 “사업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토지 매입 예상가는 292억원 수준이었지만 매수 협의를 위해 감정기관에 의뢰한 당시에는 652억원에 이르렀다”며 “그럼에도 매수 협의에 나섰지만 국방부는 자체 감정가 수용액인 1750억원을 고수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백지화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파주시는 이화여대 캠퍼스 곳곳에서 연좌농성과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파주지역 주민도 가세해 신촌역 광장에서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조성사업 포기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파주시는 또 지난달 7일 이화여대를 상대로 1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파주캠퍼스 조성사업을 위해 예산 127억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이화여대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파주시가 제출한 소장을 살펴보면 “이화여대가 일방적으로 사업 포기를 결정한 것은 신뢰를 배반한 불법행위”라며 “파주시는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조성사업 성공을 위해 과도할 만큼 행·재정적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파주캠퍼스 예정지이던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주민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이 일대가 교육지구로 묶이는 바람에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외에도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포기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파주캠퍼스 추진 재개를 요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제2캠퍼스 백지화 방침은 결국 대학과 지자체 간 갈등으로 변질된 것이다.

인천 검단신도시와 경기도 하남시에 캠퍼스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대 조성 계획도 안개속이다. 시의 지원규모를 두고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6월 중앙대가 학생 5000명 규모의 캠퍼스 건립과 도시개발 이익금으로 캠퍼스 건립지원을 하남시에 요구하면서 건립사업에 즉각 제동이 걸렸다. 2007년 양해각서 체결 시 중앙대는 하남시에 캠퍼스 건립비용을 부담하고 학생 1만명 규모로 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제 와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남시는 중앙대 측에 “건립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중앙대는 원안대로 학생 1만명 유치를 수용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하남시는 하남캠퍼스 건립 기본계획안조차 없는 7쪽에 불과한 중앙대의 공문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며 더욱 구체적인 계획안을 요구하고 있다.

하남시 교육지원과 박진호 팀장은 “중앙대는 대략적인 계획은 냈지만 정확한 (재정 규모) 진단에 필요한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총사업비와 수익금 등 예상 지원금액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남시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이용재 중앙대 신캠퍼스 추진단장은 “하남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남시에서 (재정 관련) 입장을 밝혀오면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정지원 규모를 두고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하남시와 중앙대 모두 캠퍼스 유치에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남시 관계자는 “하남시는 중앙대 캠퍼스 유치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넘어 숙원사업으로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중앙대 하남캠퍼스 유치에 관련 부서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 캠퍼스 조성에 한창인 서강대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다소 일방적으로 제2캠퍼스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는 지난해 2월 경기도 남양주시와 MOU를 체결하고, 남양주시 양정동·와부읍 일대 309만8000㎡(94만 평) 규모 부지에 오는 2015년까지 제2캠퍼스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제2캠퍼스 조성이라는 대형 사업 추진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까지 남양주캠퍼스와 관련된 공청회조차 한 번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서강대 한 교수는 “학교가 제2캠퍼스라는 큰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공청회 자리를 마련해 남양주캠퍼스의 구체적인 계획과 청사진을 제대로 알리고, 제2캠퍼스 사업이 순항하는 데 구성원이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대학의 철저한 계획과 정부 규제 필요 = 대학들이 앞다퉈 제2캠퍼스 조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일각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학들은 대부분 값싼 부지를 가장 큰 장점으로 제2캠퍼스 건립에 뛰어들었지만 대학의 장기 발전 계획에 따른 사업이라기보다는 수도권 미군 반환 부지를 싼값에 인수하기 위해 준비 없이 급조됐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학의 팽창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는 정부의 방만한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지역 발전과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주변 땅값만 높여 투기를 부추긴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로 A대학의 제2캠퍼스 예정지에는 ‘언제 A대학이 들어선다’는 문구와 함께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투자를 부추기는 각종 부동산 광고가 넘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미군 공유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저촉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는 법에 따라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이 팽창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정부의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며 “제2캠퍼스 건립를 희망하는 대학에 대해 △본교는 문제가 없는지 △남는 부지는 없는지 △무리한 확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검증한 다음에 인·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과 지자체 간 동반성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 발전도 중요하지만 제2캠퍼스가 들어서는 지역 주민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대학과 지자체 간 동반성장이 이뤄져야 대학도 발전할 수 있다”며 “(제2캠퍼스 유치와 관련) 곳곳에 대학과 지자체 간 마찰이 많은데 지역발전은 물론 주민과의 결합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혁·송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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