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재정지원사업 평가기준에 불만 고조

교과부, 정책 바꿔가며 규제나서… 수용 시에만 '구제'
등록금 인상 제재·총장직선제 폐지 등 대학통제 강화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 나온다. 교과부로부터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대학들은 평가기준에 불만을 제기한다. 특히 정책에 따라 평가기준을 바꾸는 교육행정을 못마땅해 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과부가 지난 9월 초부터 사립대와 국·공립대에 대한 ‘구조개혁 대상’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논란은 교육대에 와서 절정을 맞았다. 교과부는 지난달 23일 ‘구조개혁 중점 추진 국립대’를 발표하면서 총장직선제를 포기한 대구교대를 예외로 인정해줬다. 대구교대는 부산교대와 함께 교육대 중 하위 평가를 받았지만, 막판에 명단에서 제외됐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하위 대학을 발표해 거두려던 구조개혁 효과(총장직선 폐지)를 대학 스스로 발표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리 공지된 평가지표 외에 돌연 총장직선제 여부가 중대한 평가기준이 되며 ‘게임의 법칙’이 바뀐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그때 그때 다른 교육행정= 교과부는 이번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 발표를 앞두고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지표를 사용하겠다고 사전 공지했다. 총장직선제 개선이 포함된 ‘선진화 지표’는 2단계 국립대 선진화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총장직선제 폐지’에 정책의 무게중심이 실리면서 이를 수용한 대학은 평가결과와 상관없이 구제를 받았다.

교과부가 정책방향에 따라 평가기준을 달리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올해 초 3년째 등록금 동결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도 선례가 있었다.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물가 안정 지시에 따라 각 정부부처마다 대책을 내놓느라 분주했다. 교과부의 당면 과제는 대학 등록금 동결이었다.

이를 위해 교과부가 대학을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은 재정지원 사업이다. 지난 1월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지표를 조정한 게 대표적 사례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현 정부의 대표적 대학 지원사업이다. 그간 ‘연구중심’으로 치우쳤던 정책방향을 ‘교육중심’으로 돌리는 데에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 2008년 대학·전문대학 각 500억 원 규모로 도입됐으나, 2009년 △NURI(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사업 △수도권 특성화 사업 △전문대학 특성화사업을 흡수하며 49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됐다.

지원 대학은 교육지표 포뮬러(공식)에 의해 선정됐다. 지난 2009년까진 교육 성과·여건 지표가 각각 55%, 45% 반영됐다. 이는 해당 대학의 교육 여건과 성과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사업 초기에는 취업률(25%)·재학생충원률(25%)·장학금지급률(20%)·1인당교육비(15%)·전임교원확보율(10%) 등이 비중 있게 반영됐다.

◆ 정책지표로 재정지원 본래 취지 훼손= 그러나 2010년부터 변화가 생겼다. 교육성과·여건 지표만 반영되던 데서 느닷없이 정책지표가 포함되기 시작한 것. 지난해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기준에선 정책지표인 등록금인상수준(5%)이 포함됐다.

올해는 이 지표의 반영비중이 더 높아졌다. 지난해 5%에서 올해 10%로 반영비율이 커졌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신청 대학이 많아 1~2점 차이로도 당락이 갈린다. 등록금 동결 대학에 가점을 줘 사업선정이 용이하도록 배려한 셈이다.

올해는 또 논술반영비중과 전형단순화를 파악할 수 있는 대입지표(5%)도 새로 포함됐다. 교과부가 ‘사교육 유발요소’로 지정한 논술 반영비중을 줄이고, 복잡한 전형을 단순화 시키는 대학에 이점을 주기 위해서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중시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 ‘학생 선발’ 문제를 끼워 넣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육 투자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등록금 인상 관련 지표의 반영비율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교육역량강화사업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자율화를 내세우며 출범한 현 정부도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을 컨트롤하고 있다. 사업 선정기준에 정부방침을 따르느냐가 평가지표로 포함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MB 정부 초기 BK(두뇌한국)21사업 심사위원을 맡았던 한 대학 교수는 14일 “사업 선정 기준에 정책 지표를 넣자는 정부 측 인사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며 “정부정책에 잘 부응하는 대학에 가점을 주자는 것이었지만, 학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적합하지 않다고 버틴 적이 있다”고 전했다.

◆ 정책 따라 요동치는 평가지표= 내년에도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지표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따로 평가하면서, 국립대 평가기준에 ‘대학선진화 지표’가 비중 있는 지표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교과부가 내놓은 2단계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따르면, 취업률·충원율·교육비 등 교육지표만 100% 반영되던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에 총장직선제 개선 여부를 골자로 하는 선진화지표가 무려 35%나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 국립대 교수는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가 과연 해당 대학의 경쟁력이냐”며 “아무리 드라이브를 걸어도 그렇지 이건 너무 노골적”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교과부로서는 대학을 움직이게 하려면 재정지원사업의 평가기준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것 말고는 대학을 컨트롤 할 게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대학사회가 다른 사회 집단에 비해 보수적이란 점은 대학 내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정부의 대학지원 총액(7조395억 원) 가운데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6.8%(2조5906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4조3000억 원)는 모두 국립대에 들어간다. 때문에 사립대에서는 “재정지원도 적게 해주면서 통제는 강화하려한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가 특정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이를 따를 사립대는 많지 않다. 정부가 대학운영에 지원되는 돈줄을 움켜잡고, 교원 정원(TO)까지 배정해주는 국립대와는 사정이 다른 것이다. 교과부가 ‘대학에 돈을 주는 사업’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여기에는 단기간에 정책효과를 보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그러나 교과부가 좋은 취지로 도입한 교육사업의 본질과 상관없는 지표로 지원대학을 선정하려는 것에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교육역량강화사업을 담당했던 한 교과부 관계자도 “처음 사업취지는 말 그대로 대학의 교육역량을 강화시키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사업지표에 정책과 관련된 지표가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사업취지가 흔들린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면 할수록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교육정책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학 혼선 키우는 교과부의 애매한 행정

정원 53% 감축 건동대 “교과부 컨설팅 따랐는데”
초당대 “일반대 전환, 신설대학 인정될 줄 알았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입학정원의 53%(182명) 감축 명령을 받은 건동대는 아직까지 황당함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다. 교과부 컨설팅 결과에 따라 교원확보율을 채워나가고 있던 중 제재 조치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건동대는 지난 2006년 전문대에서 4년제 종합대로 전환됐다. 그러나 2009년 경영부실 판정을 받아 지난해 교과부로부터 경영컨설팅 대상이 됐다. 컨설팅 결과는 2012년 말까지 교원확보율 61%를 충족하라는 것.

이에 따라 교원확보율을 연차적으로 높이던 건동대는 지난달 16일 교과부로부터 입학정원의 53%를 감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지난해가 4년제 대학 전환 이래 편제완성연도(4년차)가 되는 해이기 때문에 교원확보율 100%를 충족해야 한다는 규정(대학설립·운영규정)이 적용됐다.

김철현 건동대 기획처장은 14일 “교과부 컨설팅 결과에 따른 기한이 1년 넘게 남았는데 갑작스럽게 정원을 절반 이상 줄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교과부 내에서 업무 공유가 안 되는 것 같다. 다른 부서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경영부실 대학에 대한 컨설팅을 주관한 부서는 사립대학제도과였고, 정원감축과 관련된 조치는 대학선진화과가 내렸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근거를 두고 내린 결정이니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 설립(전환) 이후 편제완성연도까지는 교원 100%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 하에서 4년제 전환을 승인했다”며 “아무리 컨설팅 결과가 그렇게 나왔더라도 규정에 나와 있는 조건을 지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건동대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교과부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김 처장은 “교원확보율을 채우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정원을 50% 넘게 줄이라는 것은 문을 닫으란 얘기다.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부실대학에 대한 교과부 컨설팅이 해당 대학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뤄진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건동대가 4년제로 전환, 2010년 편제완성연도가 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컨설팅이 이뤄졌어야 했다. 당시 컨설팅팀은 교과부가 사학진흥재단에 의뢰, 재단이 민간 회계법인을 선정해 꾸려졌다. 만약 이 팀이 건동대의 4년제 전환 사실을 인지했었다면, 대학설립운영규정도 모른 채 컨설팅을 해줬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컨설팅팀이 해당 학교의 모든 이행상황을 알 수는 없다”며 “구조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컨설팅이었을 뿐 법적인 규정을 지키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에 ‘부실’ 낙인을 찍은 뒤 컨설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관리는 부실했던 셈이다.

초당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8월 교과부로부터 산업대에서 일반대 전환을 최종 승인받은 초당대는 열흘 뒤인 9월 5일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됐다. 그러면서 교과부가 일반대 전환을 ‘신설’로 봤다가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개편’으로 입장을 틀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초당대는 하위 15% 대학을 가리는 이번 평가에서 신설 대학으로 인정받아 예외대상으로 분류될 줄 알았다는 항변이다.

박윤창 초당대 기획연구처장은 “일반대 전환 승인 당시 사립대학제도과에서 ‘일반대 설립을 승인한다’고 통보해왔다. 따라서 신설 대학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재정지원 제한대학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초당대는 2009년부터 일반대 전환을 위해 교원여건을 꾸준히 확충해 왔다. 대표적인 게 교원확보율을 2009년 29.2%에서 올해 7월 현재 65.8%까지 끌어올린 일이다. 이는 교과부가 일반대 신설에 해당하는 기준 충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 처장은 “신설에 준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해서 이를 맞추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너무 허무하다. 우리 대학 사례는 교과부의 질서 없는 행정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는 ‘전환’이란 용어 자체가 없다. 기존의 산업대가 일반대로 전환해도 이를 신설로 지칭한다. 이 때문에 초당대는 일반대 전환 이후 내려진 ‘교원확보율을 충족하라’는 요구를 ‘신설 기준’으로 본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전환’이란 용어자체가 없어 ‘신설’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기존 산업대가 일반대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성격은 ‘전환’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간 통폐합도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는 ‘신설’로 지칭한다. 7월 통합이 확정된 탐라대·제주산업정보대학은 이번 평가에서 예외로 인정받았다. 교과부는 “신설대학은 편제완성 후 2년간, 통폐합 등 개편대학은 편제완성 시까지 평가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동일하게 ‘신설’로 지칭되는 통폐합과 일반대 전환 간에 차이를 두어 대학들의 혼선을 부추긴 셈이다. <신하영·민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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