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보다 실제 학생 수 많은 수도권 대학에 유리

교원확보율·재학생충원율의 ‘맹점’ 개선요구 봇물
공정한 경쟁 가능한 기준 만들어야 구조조정 공감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면서 부실대학을 가리는 평가 잣대에 불만이 제기된다. 평가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지방대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평가지표의 맹점을 넘어 수도권·지방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비중 큰 ‘재학생 충원율’ 개선 주장 = 구조개혁 대상 대학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사회적 주목을 끈 지표는 졸업생 취업률이었다. 특히 예술계통 학과가 많은 대학들은 교과부가 작년부터 활용하기 시작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 연계 취업률’에서 절대적으로 불이익을 본다고 입을 모은다. 프리랜서 형태의 취업이 많은 예술대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는 교과부가 내년부터 ‘국세청 DB’와 연계된 취업률도 포함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이번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재학생 충원율이었다. 취업률 지표가 4년제·전문대학 모두 20% 비중을 차지한 데 반해 재학생 충원율의 반영비율은 무려 30%(4년제), 40%(전문대학)나 됐다.

재학생 충원율은 전체 재학생 수와 정원대 학생 수를 편제정원으로 나눠 산출한다. 때문에 ‘수도권 집중’ 현상이 팽배한 현 사회 분위기상 지방대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표’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런 맹점은 수도권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들도 인정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험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현상이 더 심해졌다”며 “상황이 이런데 교육 인프라나 커리큘럼보다 재학생 충원율을 더 비중 있게 평가하면 교육의 질은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학생 충원율의 비중이 높게 책정된 것은 해당 대학의 재학생 만족도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 입학 시 학교의 홍보에 끌려 입학했더라도, 재학 중 교육여건 등에 만족하지 못해 중도에 빠져나가는 학생 숫자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방대가 입학정원 감축 등 내부 구조조정을 취해도 4년차가 돼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전체 재학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신입생 정원을 줄여봐야 그 효과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지방대를 기점으로 신입생 충원율도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운회 동양대 경영관광학부 교수는 “재학생 충원율 지표는 수도권 대학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지방대가 신입생을 100% 충원해도 재학생들의 수도권 편입에 따라 빠져나간다. 재학생·신입생 충원율을 똑같이 50:50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원외선발’ 대학의 출발선이 다르다 = 실제로 재학생 충원율의 경우 수도권 대학은 120~130%를 채우고 있다. 신입생 충원 과정에서 정원외모집으로 이미 100%를 넘기고, 도중에 편입학을 통해 지방대생들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 경영부실을 가리는 10개 지표에는 신입생 충원율 지표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재정지원 제한대학’과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이 지정되고 난 뒤의 일이다. ‘하위 15% 대학’이란 불명예를 얻지 않으려는 대학들 입장에서는 그 이전에 신입생 충원율 지표가 반영되기를 바란다.

재학생 충원율 문제는 자연스럽게 대학 정원외모집을 개선하자는 주장을 낳고 있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수도권 집중은 심화되는데 정원외모집까지 시행되고 있어 수도권 대학이 ‘블랙홀’처럼 학생들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현행법 상 대학들은 농어촌·전문계고·사회적배려대상자 특별전형 등의 정원외모집으로 정원의 11%까지 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 대학들은 신입생 선발 단계부터 이미 충원율 100%를 넘긴다.

때문에 지방대에서는 정원외모집을 없애야 공정한 경쟁이 된다고 주장한다. 황규홍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정원외모집은 수도권 쏠림현상을 부추긴다”며 “수도권 대학은 정원외모집까지 꽉꽉 채우는 반면 지방대는 정원내모집도 못 채우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고 털어놨다.

교과부도 전문계고 정원외 특별전형을 2015년도 1.5%까지 줄이는 등 정원외모집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는 ‘선취업 후진학’을 장려하기 위해서지, 지방대를 배려한 정책은 아니다. 오히려 농어촌·전문계고·사회적배려대상자 등 지역균형발전과 사회적 취약계층 배려 등을 감안해 정원외모집 폐지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 교원확보율 실제 학생 수로 산출하자 = 이로 인해 전임교원 확보율에서도 ‘맹점’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구조개혁 대상을 가리는 현행 평가방식에서는 편제정원 대비 전임교원 확보율을 산출해 반영한다. 그러나 이는 정원외모집으로 편제정원보다 실제 학생 수가 많은 수도권 대학에만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히려 편제정원보다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해야 교육 여건을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 교수 한명이 어느 정도의 학생을 가르치는지 알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편제정원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수도권 대학의 ‘콩나물식 대형강의’의 문제점은 평가 결과에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로 전임교원 확보율은 수도권이 81.6%, 지방대가 73.3%였지만 재학생 기준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수도권이 28.8명, 지방대가 28.6명으로 역전되는 현상을 보였다. 오히려 지방대가 교수 1명당 가르치는 학생 수에서는 수도권 대학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영남 소재 한 사립대 교수는 “높은 재학생 충원율이 곧 학교의 질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수도권에 비해 충원율은 낮지만 교수가 학생 하나하나를 더 신경 쓸 수 있는 지방대가 교육의 질 측면에서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부실(不實)한 대학’과 ‘양질(良質)의 대학’을 가리는 기준은 교육 여건과 성과를 따지는 것이어야 한다. 지표상 ‘맹점’이 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해당 대학의 실질적 교육 여건과 성과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평가지표상의 이런 맹점들로 인해 수도권 대학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점수를 받고, 가뜩이나 힘든 지방대가 점수에서도 불이익을 받으면 문제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의 한 교수는 “단순히 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이 떨어지는 대학이 부실대학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며 “부실대학이란 재단 비리가 있거나 교육 여건이 열악한 대학, 부실교육 가능성이 높은 대학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충원율이 높은 수도권 소재 ‘학생 과밀대학’이 오히려 교육 여건이나 환경 측면에서는 더 부실하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또 비리나 부정을 저지른 대학 경영에 대해서도 ‘부실’의 책임을 묻고, 전체 재정수입 대비 학생 투자가 적은 대학에도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올해는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대학의 부실을 가리는 기준도 꾸준히 개선돼야 한다. 당사자들이 납득해야 대학 구조조정도 사회적 지지를 받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하면 찍힌다” 지방대의 서러움
“수도권 위주의 대학정책 불만 제기하기도 두려워”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8월 30일 취임 1주년을 기념한 출입기자 오찬에서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어렵지만 계속적인 변화를 추구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이 때문인지 이 장관은 말미에 “대학 구조개혁은 이번 기회 아니면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올해처럼 대학 구조조정이 실제로 이뤄진 해는 없었다. 역대 정부에서 실제 퇴출된 대학은 단 2곳뿐이다. 올해는 명신대와 성화대학이 퇴출 대상에 올랐고, 조만간 사실상의 퇴출 대상인 ‘경영부실대학’이 지정된다.

이는 반값 등록금 문제로 촉발된 사회적 논의가 ‘부실대학에 국민세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쪽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올해를 대학 구조조정의 호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 장관에게 보낸 그 ‘응원 문자’가 과연 지방대 관계자였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이번 대학 구조조정을 두고 수도권 대학은 ‘환영’을, 비수도권 대학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장관에게 문자를 보낸 대학 관계자도 지방대는 아니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대학에 대한 민감한 정책을 결정할 때 수도권 대형 대학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교과부 관계자도 “아무래도 수도권 대학들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는 면이 있다”고 인정한다.

지방대들은 교과부 행정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찍힌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재 과정에서도 ‘익명’을 전제로 발언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실제로 교육 행정에 대한 비판 발언이 해당 대학에 어떤 불이익으로 돌아오는지는 객관적 ‘물증’을 잡기 어렵다. 하지만 대학들은 비판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관계자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 후 몇 번 언론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이후 교과부에서 ‘너무 심한 게 아니냐’며 연거푸 연락이 오는 바람에 난감했다”며 “차라리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재정지원 제한대학 관계자도 “교과부는 특히 지방대에 대해서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학들로 하여금 ‘살아남기 위해선 우선 입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구조조정의 공정한 기준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방대에 대한 교과부의 시각 교정도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지방대를 ‘통제의 수단’이 아닌 ‘정책의 수요자’로 보는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정량적 지표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평가자의 ‘정성적’인 변화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신하영·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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