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청춘(靑春)’이나 ‘청년(靑年)’이란 말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열정으로 꿈틀거린다는 느낌이 담겨있다. 이런 이유로 이십대의 팔팔한 대학생을 지칭하는 단어로 주로 쓰이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학생들 사이에선 자신들을 꿈이 있는 젊은 세대로 보기보다는 연애·결혼·취업 포기가 더 익숙한 ‘삼포세대’로 자조하는 목소리가 돌고 있다. 최근 이런 아픔을 겪는 대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책들이 단기간에 베스트셀러와 밀리언셀러에 오르는 것을 봐도 20대가 지닌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초중고를 거치면서 소위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모든 힘을 쏟아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학생들은 12년 동안 하나의 레일 위를 달리는 대학으로 직행하는 기차에 올라타고 줄기차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리고 막상 대학에 들어와서야 앞으로 뭘 해야 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게 되고, 이런 일이 몇 년 반복되다보면 험난한 사회에 곧바로 진출하게 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요즘 젊은 대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평생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이 너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적성이나 관심보다는 그냥 점수에 맞춰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게 되면 대학생활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졸업 후에도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명문대학의 간판이 취업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대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의사소통능력이나 리더십, 창의력을 갖춘 대학생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스펙 쌓기처럼 자격증을 따거나 인턴십을 하는 것도 좋게 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의 대학생들처럼 스마트폰에 익숙한 ‘엄지족’이나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집착하는 ‘SNS 세대’처럼 개인만의 활동 공간에 갇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좀 더 열린 넓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어렵고 힘든 일들을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는 모험과 도전정신을 기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도 이제는 과거의 상아탑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 과거처럼 대학진학률이 낮은 경우에는 대학의 특별함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고교졸업자의 80%정도가 대학을 가는 시대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대학졸업장의 프리미엄이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대졸이란 학력보다는 각 대학이 배출한 학생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가 중요시되고 있다. 수천만 원의 등록금 부담을 감당하면서까지 4년 동안 대학교육을 받았는데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아 비정규직의 ‘88만원 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자연히 젊은 세대들은 대학과 기성세대에 원망의 화살을 돌릴 것이다.

이번에 정부와 대학이 함께 노력해서 2조 2,500억원을 투입해 대학생의 등록금부담을 현실적으로 완화하려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학들도 학생들이 겪고 있는 부담을 생각한다면 장학금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문제보다 더욱 본질적인 것은 대학이 좀 더 대학생의 취업에 민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취업만을 위한 대학교육을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대학 4년간에 배운 내용이 취업과 전혀 별개인 것도 문제이다. 최근 선정된 22개 ‘잘 가르치는 대학’은 학부교육 선진화를 통해 대학생이 미래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기르도록 하고, 이런 능력이 졸업 후 취업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대학교육의 틀을 개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생과 대학이 처한 현실은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이전 세대에 비해서 경제상황이나 취업상황도 좋지 않을뿐더러 일반 시민들이 대학을 바라보는 눈도 예전과 달리 곱지 않다.

대학생과 대학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지난 수십 년 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대학은 원하면 누구나 갈 수 있을 곳이며 한 학기당 50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받는 만큼 대학도 사회적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단순히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우수한 미래인재를 제대로 길러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대 대학생들이 앞으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체력을 잘 갖추도록 하는 것이 결국 대학생 개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이 존재해야 할 명분을 얻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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