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희 기자

▲ 민현희 기자
대학들이 수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들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일정 금액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합격 여부를 확인토록 유도해 비난을 사고 있다. 수험생·학부모들 입장에선 비싼 전형료를 냈는데 합격 여부를 확인하는 데까지 비용이 들어가니 화가 나는 노릇이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2012학년도 수시1차 모집 합격자 발표를 진행한 대다수 대학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합격자를 발표함과 동시에 지원자들에게 ‘A대 합격자 발표’와 같은 문구가 담긴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문제는 해당 문자 메시지에서 ‘연결’ 버튼을 눌러 합격 여부를 확인하면 모바일 정보 이용료 2000원(건당)이 결제된다는 점이다. 대학은 무료로 업체에 서비스를 의뢰하고 업체는 수험생들로부터 정보이용료 수입을 챙기는 방식이다.

합격자 발표 메시지엔 ‘연결 버튼을 누르면 비용이 발생한다’는 경고 문구가 몇 차례에 걸쳐 뜨지만 합격·불합격을 당장 확인하고 싶은 수험생들의 입장에선 순간적으로 연결 버튼을 누르기 십상이다. ‘합격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고 들뜬 마음에 여러 번 합격 여부를 확인했다가 순식간에 몇 만원을 결제했다는 수험생도 있다. 이와 함께 대학들이 10여년 이상 활용해오고 있는 ARS 합격 안내 서비스 비용도 30초당 650원에 달해 수험생들이 ‘바가지’를 쓰기 쉽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동시에 합격자 발표를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 아울러 대학은 합격자 명단만 넘겨줄 뿐 나머지는 모두 업체가 하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도 “비용 발생에 관한 경고 메시지를 띄웠으니 괜찮지 않느냐. 요즘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이 보통 4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모바일·ARS 합격 안내 서비스가 비싸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방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학·업체 측의 말을 수차례 되새겨 봐도, 수험생 개개인이 수시모집 원서접수에만 적어도 30만~50만원씩을 들여야 하는 현실 속에서 합격자 확인을 위한 유료 서비스까지 운영돼야 하는지는 의문스럽다. 더욱이 해당 서비스는 합격 여부를 1초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은 수험생·학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근 만난 한 수험생 학부모가 “대학도 보내기 전에 전형료 때문에 등골이 휘는 느낌이다. 등록금도 막막한데 전형료까지 속을 썩이니 울고 싶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대학들이 대입 전형 과정에서 학부모·수험생들이 떠안아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입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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