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인력 확보, 국가성장 선도하는 연구중심병원
IT기술 접목 U-헬스, 기독교 봉사·나눔정신 ‘조화’

▲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 사진 한명섭 기자

세브란스병원이 본지 선정 기업대상 병원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로 5년 연속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으로 꼽힌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이 서울대병원이나 삼성병원, 아산병원 같은 유명 병원들을 제치고 대학생들에게 높은 인지도와 선호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의 젊은 이미지와 변화에 앞장서는 모습을 대학생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며 “대학생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선호하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정체성은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따뜻한 봉사와 나눔, 섬김의 정신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최신 IT기술을 접목한 U-헬스사업 전개와 의료허브 구축을 통한 자체 발전전략이 더해진다. 이미 의료기관 단일브랜드로는 처음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진입한 만큼 전망은 밝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성장해 다양한 산학협력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환자 중심의 ‘섬세한 진료’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병원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박 원장을 지난달 31일 만났다.

-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병원으로 꼽혔다. 비결이 뭔가.
“우선 감사의 말을 전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세브란스병원의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의료계는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다. 변화를 싫어한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 변화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세브란스병원은 시작부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결과로 설립됐고, 언제나 변화를 추구해왔다. 세브란스병원의 젊은 감각도 주효한 것 같다. 지난해 만든 병원 트위터(@iseverance)가 국내 병원 중 최다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개설한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이 그런 참신한 이미지를 좋아해준 것 같다.”

- 변화의 이미지라, 예를 들자면.
“일찌감치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QR코드를 적극 활용했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잘 활용해 팔로워가 수만명에 이르는 교수도 있다. 일반인들과의 접촉면을 넓혀나가는 시도다. 병원 차원의 중점목표 중 하나가 ‘환자를 섬기는 병원’이다. 모든 포커스를 환자 중심으로 가져가자는 것이다. 한동안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교수들도 수긍하고 있다. 이제는 교수 중심에서 환자 중심 병원으로 완전히 거듭났다. 교수들에게 늘 환자들을 잘 살피고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섬세한 진료’를 해달라고 주문한다.”

- 원장 취임 후 1년을 넘겼다. 계획했던 미션은 잘 진행되고 있나.
“세브란스 정신은 126년 전 선교사에 의해 처음 시작된 것인 만큼 나눔과 봉사의 실천이 목표다. 기독교정신에 입각해 직원들 참여로 ‘세브란스 십일조 나눔운동’을 시작한다. 오너가 경영하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이 나더라도 사회 환원을 우선 고민하게 된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세브란스병원의 가장 큰 의무는 국내 의학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익은 최신기기 구입과 의료기술 혁신 등에 재투자되고 있다.”

- 병원 자체의 비전과 차세대 성장 목표는 무엇인지.
“의료허브 전략이 핵심이다. 연세대의료원은 교육·연구·진료 3요소의 균형이 잘 잡혀있다. 우선 교육 분야는 송도 글로벌캠퍼스를 중심으로 유럽식 ‘에라스무스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란 외국을 자유로이 오가며 교육받는 내용으로, 우리 학생들은 한·중·일 3국에서 글로벌 인재로 길러지게 된다. 연구중심병원 전환도 착착 진행 중이다. 현재 공사 중인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와 송도 중개임상연구센터는 그 주춧돌인 셈이다. 단순한 연구력 향상이 아니라 진료 수익 외에 각종 기술이전·산학협력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든다는 의미다. 또한 기존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송도 세브란스국제병원까지 더해 해외 환자들까지 받아들이는 메디컬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 최근 KT와 맺은 협약은 U-헬스사업 본격화로 보인다.
“사실 환자진료 수익만으로 병원을 운영하기 힘들다. IT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시도로 보면 된다. 국내의 뛰어난 환자 진료·임상 실적을 고부가가치 의료산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KT의 IT기술과 결합된 병원 U-헬스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게 목표다. 앞으로 병원 건물만 지어줄 게 아니라 △의료서비스 △의료장비 △병원 건설 △병원 운영시스템까지 우리가 보유한 좋은 자원들을 패키지로 상품화하자는 얘기다. 또한 우리 교수들은 특허도 많이 출원하고 있다. 산업계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력을 접목해 의약품을 비롯한 새로운 의료상품을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 전략을 세웠는지 궁금하다.
“미주 지역과 중국, 러시아 등을 타깃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 세브란스 브랜드를 알려나가는 것을 비롯,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화상 진료시스템을 갖춘 U-헬스센터의 문을 열었다. 고화질 영상통화장치와 각종 검사 결과, 영상자료를 실시간 전송할 수 있는 원격 의료상담시스템이 구비됐다. 개방형 센터로 건립돼 세브란스병원 외에도 국내 병원들이 센터 시스템을 무료 이용할 수 있다. 현지 의료사업 뿐 아니라 센터를 통한 국내 의료관광의 전초기지 역할도 맡는다. 센터 개소식 당일부터 러시아 현지 환자 2명이 세브란스병원행을 택했다.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만큼 다른 나라에도 U-헬스센터를 늘려갈 계획이다.”

- 의대에 우수인력이 유입되고 있다. 어떻게 교육할 생각인지.
“우수인력이 의대로 몰리고 있는데, 이들을 진료만 하는 의사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기초의학을 연구해 미래기술 발전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우리 병원이 목표로 내건 연구중심병원도 그런 의미다. 기왕에 우수인력들이 의대에 많이 왔으니 이들을 잘 가르쳐 BT 분야가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우수인력의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 위기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의료계에서도 미래의 핵심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기초의학 교육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 대학들의 세계 순위처럼 세브란스병원의 위치를 평가한다면.
“병원은 종합 평가보다는 분야별로 어디가 더 낫는지 따지는 게 일반적이다. 대학들처럼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국내 의료 질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확실하다. 특히 임상 분야는 세계 수준을 빠르게 쫓아가고 있다. 하지만 연구비나 시설 투자에서 크게 차이나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국내 의료비가 외국에 비해 매우 싼 편이다. 국내 의료보험이 잘돼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의료 수가가 낮아져 의료 부문 재투자가 힘들어지는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의료 질 발전이 더뎌져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도 있다. 병원이 수익 창출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 박용원 원장과 환담하고 있는 이인원 본지 회장(오른쪽).

산부인과 의사인 박 원장은 대담 내내 ‘세브란스 정신’을 힘줘 말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이 나눔과 섬김의 정신, 126년 전 선교사에 의해 시작됐음을 상기시키며 ‘사회 환원’과 ‘환자 중심’을 되풀이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 병원에 부임해 수십년째 일하고 있는 뼛속까지 세브란스맨다웠다.

온화한 이미지 그대로 늘 동료 의사들에게 따뜻한 손길과 섬세한 진료를 당부한다는 박 원장은 “소위 빅5 병원 중 세브란스의 차별화된 점은 ‘하느님 사랑으로’라는 말을 가슴깊이 새기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브란스병원의 젊음·변화 이미지와 조화된 따뜻한 사랑을 실천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담 이인원 회장, 정리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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