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헌법소원, 고려대는 감사인력과 마찰

감사원이 전국 1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등록금 감사 결과를 3일 중간 발표한 가운데 대학들은 “강압적 대학 감사”, “수용 범위를 넘어선 감사”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동안 피감기관으로 말 못할 고충을 감내해야 했던 대학들의 아우성인 셈이다.

감사원은 이날 표본조사를 실시한 35개 대학의 예·결산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6552억원의 차액이 발생했다며 대학에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대학들은 억울한 표정이다. 감사원이 ‘입증 못하면 잉여회계’ 식으로 강압적 감사를 벌인 결과 나온 수치라는 것이다.

박상규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장(중앙대 기획처장)은 “대학 감사가 너무 일방적이었다. 사용내역을 일일이 입증하지 않으면 잉여회계로 봤다”며 “수년 전 쓴 경비에 대해서까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썼는지 100% 입증하라는 것인데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털어놨다.

박 회장은 “중앙대는 대학과 대학병원의 3~4년 회계 규모가 2조원 가량 된다. 이 중 극히 미미한 부분인 몇천만원의 내역을 꼬투리 잡고 몰아가 입증 못하면 예·결산 차액으로 간주하는 행동을 반복했다”며 “일일이 싸울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대학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시시콜콜한 예산 사용 내역까지 캐물은 한 지방대도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이 대학 관계자는 감사에서 지적받은 500만원 미만의 홍보비 내역을 개인 돈으로 반납해 메우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 관계자는 “입시홍보 때문에 고교 교사들을 초청해 접대하는 경우도 있는데 해당 교사의 이름까지 적어내라고 요구했다”며 “이름을 공개하면 상대방이 곤란해지지 않겠나. 결국 직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지적된 홍보비 사용분을 채워야 했다”고 귀띔했다.

감사원은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개인 신상 공개 요구를 비롯해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에서도 통용되는 할인 혜택까지도 문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정화 한양대 기획처장은 “연구비 횡령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연구자 가족의 신상 정보를 요구하고, 대학 기부자 명단도 넘겨달라고 했다. 대학이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개인 신상까지 털어야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또 “감사인력이 대학의 내부 시스템 접속 ID를 알려달라고 했다. 대학의 모든 정보를 무제한으로 보겠다는 것이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가 대학과 소속 개인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침해의 여지가 있었다는 얘기다.

경희대의 경우 감사원은 대학병원이 동문과 교직원에게 할인 혜택을 주거나 교직원 자녀가 입학할 경우 장학금을 지원하는 부분까지 물고 늘어졌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해하기 힘들다. 공무원도 복지카드를 사용하고 일반 기업들도 임직원들에게 복리후생 차원에서 혜택을 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외인턴·교환학생의 경우 학생들을 공정하게 선발해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한다. 그런데 교직원 자녀가 여기에 뽑힌 것은 입학 당시 받은 장학금과 이중수혜라는 지적까지 나왔다”고도 했다.

때문에 대학들은 직·간접적으로 감사원과 마찰을 빚었다. 연세대는 1일 “감사원 감사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고려대는 감사 기간 동안 “대학이 조직적으로 감사를 방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정면충돌했다.

연세대 측은 헌법소원을 내면서 “회계감사에 국한되지 않은 포괄적 직무감사는 위헌 소지가 있다. 헌법상 근거가 없으므로 감사는 대학의 국책 연구비 등 국고로 지원받는 부분에 대해서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 언급도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이 조직적으로 감사를 방해했다는 루머에 시달려 대외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며 “감사에 비협조적으로 임했다고 하는데, 개인 신상 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요구했을 때 거절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광범위한 감사로 인해 대학의 주요업무가 차질을 빚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대학들은 감사 자체에 대한 걱정 못지않게 감사로 인한 입시 준비 소홀 등 학사행정 마비를 우려했었다.

모 지방대 보직교수는 “감사 때문에 입시도 제때 준비 못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가 끝난 게 9월 2일인데 한주도 지나지 않아 수시모집 일정이 시작됐다. 재정 운용부터 학사 행정 분야까지 계속된 감사에 지쳐 직원들이 입시 업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