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언행이 연일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당 차원의 대학생, 젊은이 껴안기에 홍 대표가 앞장서면서부터다. 그는 지난달 31일 홍익대 인근 맥주집에서 대학생들과 만나 얘기를 나눴고, 2일에는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20대와 ‘끝장토론’을 벌였다.

결과는 신통찮다. 별 생각 없이 던졌던 말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당내 비판 인사를 향한 “꼴같잖은 게 대들고”, “이대 계집애들 싫어했다” 같은 코멘트가 막말 논란을 낳았다. 홍 대표의 말실수는 무상급식 투표와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사실상 승리” 발언,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 발언에 이어 또 한 번 트위터를 달궜다.

집권 여당 대표가 비판세력인 젊은층을 직접 만나 민심을 묻겠다는 것이니 누가 딴죽을 걸겠는가. 실제로 그는 ‘홍대 타운미팅’에서 대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대학생들이 한나라당을 왜 싫어하는지 듣고 싶다”. 즉 한나라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닌, 왜 싫어하느냐는 것이었다. 홍 대표의 질문에는 지금의 현실을 인식하고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진심이 엿보였다.

물론 그동안 한나라당이 줄곧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포퓰리즘’에 슬쩍 한 발을 담그려는 건 아닌지 꼬나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홍 대표 뿐 아니라 한나라당 싱크탱크 격인 여의도연구소 또한 전국을 순회하며 대학생 대상 ‘드림토크’ 행사를 열기로 했다. 적어도 여당이 대학생, 젊은이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시도에 나섰다는 데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기간 동안 야권과의 트위터 대결에서 완패하는 등 젊은이들의 SNS 소통에 취약점을 드러낸 한나라당이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감각마저 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무엇보다 대학생, 젊은이들과의 만남에서 통(通)할 수 있으려면 그들의 생각과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 것인지 걱정도 된다.

난타당하는 홍 대표를 보고 있자니 오래된 시사풍자 코미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떠오른다. 코너의 유행어대로, “잘 되어야 할 텐데”라고 얘기하면 상대편이 “잘 될 턱이 있나” 하고 맞받아치는 블랙 유머가 지금 상황을 대변한다.

대표님 대표님 우리 대표님. 대학생들이 대표님을 막말 논란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유 중의 하나는 진정한 소통이 아닌 말초적인 언어로 괜히 친한 척, 막말이나 하는 대표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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