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이사제 실현 vs 학교사유화 시도” 격론

연세대 이사회가 개신교 4개 교단의 추천 이사를 파송하도록 한 정관 조항을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연세대가 교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관을 개정한 속내는 무엇일까. ‘개방이사제 실현’이라는 재단 측 주장과 ‘학교 사유화 시도’라는 비판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사학법 발맞춰 개방이사 배정” = 8일 연세대 재단은 대학 홈페이지(www.yonsei.ac.kr)에 문제가 된 추경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같은 날 ‘연세대 이사회 정관 개악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정관 개정 취소를 요구한 데 따른 대응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연세대 이사회는 임원 선임 방법을 규정한 정관 24조 관련 조항을 △대한예수교장로회·기독교대한감리회·한국기독교장로회·대한성공회 4개 협력교단 이사(4명)를 기독교계 인사(2명)로 통합·축소 △사회유지 이사 축소(5명→4명) △개방이사 3명 배정을 비롯해 ‘협동기관 추천’ 요건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기존 정관은 4개 교단이 1명씩 이사를 추천하도록 했지만, 정관 개정으로 이들 교단의 추천권은 사라지게 됐다. 또 해당 교단 소속이 아니더라도 기독교계 인사라면 이사에 선임될 수 있으며 숫자도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사회유지 이사 5명 중 2명을 협력교단 교계 인사로 선임토록 한 항목도 개정된 정관에서는 삭제됐다.

연세대 재단은 정관이 사립학교법의 개방이사 선임 조항과 어긋나 개정했다는 입장이다. 방우영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추경이사회에서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정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김한중 총장도 “현 정관의 이사 구성과 개방이사 선임 조항이 상충해 정관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정관 개정의 핵심은 사학법에 따른 개방이사제 실현”이라며 “기존 정관 상의 임원 구성에서는 개방이사가 없었다. 이번 정관 개정으로 개방이사 3명을 선임토록 명문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계의 반발은 그간 이사회가 관례에 따라 교단 추천 파송이사를 수용, 선임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기존 정관에서도 이사회는 협력교단에 이사 추천을 요청할 뿐, 최종 선임권은 이사회에 있다. 이 부분을 간과해 마찰을 빚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학교 사유화 시도” 비판 여론 = 재단과 뚜렷한 해석차를 보이는 교계의 반발은 만만찮다. 정관 개정을 주도한 방 이사장을 가리켜 “특정인이 연세대를 사유화하려는 치밀하고 조직적인 음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학법에 따른다는 명분을 코끝에 걸고 벌인 학교 사유화 시도라는 것이다. 

이는 선교사가 설립한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에 반하는 ‘개악’이라는 게 교계의 주장이다. NCCK가 8일 성명을 낸 데 이어 9일에는 연세대 신과대학 동창회가 성명을 발표해 정관 개정 취소를 촉구했다. 동창회는 “4개 교단의 이사 파송권 박탈은 설립 주체인 교단을 (학교 운영에서) 전격 퇴출시켰다는 의미”라며 “건학이념인 기독교정신을 뿌리 뽑으려는 불순한 시도다. 특정인의 학교 사유화 시도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과대 동창회는 △방우영 이사장, 김한중 총장을 비롯한 이사진은 정관을 원상회복시킨 뒤 사퇴할 것 △4개 교단과 교계의 연대 및 법적 대응을 통해 교단의 이사 파송권을 수호할 것 △재단이 특정인에 의해 사유화되는 것을 연세대 구성원이 나서 저지할 것 △교육 당국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 연세대 정관 변경안 인가를 철회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정관 개정 절차와 시점이 석연찮은 것은 사실이다. 매년 10월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추경이사회 안건은 이사들에게 사전 통보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정관 개정안 상정은 9월 15일 이사들에게 통지된 공문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계의 반발을 의식해 정례적 이사회임에도 불구, 안건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될 법하다.

실제로 이날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교단 파송이사인 이승영·소화춘 이사는 정관 개정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기독교계 인사라는 표현은 막연하므로 협력 교단 명칭을 명시하고 자격도 목회자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된다.

사학법이 개정된 지 한참이 지난 시점에 이사회 구성에 손댄 것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더구나 법 개정 당시에도 재단의 수장은 방 이사장이었다. 사학법에 발맞춰 정관을 개정했다는 재단 측 설명대로라면 법 개정 직후 정관도 바꾸면 됐다. 이제 와 새삼 사학법 준수를 말하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엇갈린 해석으로 논란을 부른 연세대 재단의 이번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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