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의 기본은 자율권에 있습니다. 대학마다 교육목표가 다른데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평가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죠. 정부는 고등교육기관 스스로 발전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충분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길자 경인여자대학 명예총장은 사학에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해 서슴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던졌다. 김 명예총장은 지난 9월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대학의 위기와 미래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김병묵 전 경희대 총장, 이상주 전 교육부 총리 등 사회원로 11명과 함께 “정부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주성과 자치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한 바 있다.

경인여자대학 설립자로서 초대총장을 지낸 뒤 현재는 대학 교육환경 개선 및 봉사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김길자 명예총장을 만나 대학 설립동기 및 발전계획, 정부의 사학정책에 대한 견해 등을 들어봤다.

- 전문대학, 그중에서도 여자 전문대학을 세웠다. 이유가 있는지.
“힘의 논리가 쇠퇴하고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오면 여성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 여자전문대학을 세웠다. 이른바 히스토리(history)에서 허스토리(herstory)로 바뀌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직업 면에서도 정보산업이 발달하고 지식사회가 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봤다. 또한 서비스 산업이 국가의 핵심영역으로 떠오르면서 감성적이고 섬세한 여성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출산 후에도 계속 여성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1992년 대학을 막 설립할 때와 지금의 교육과정을 비교한다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설립 당시 전문대학 교육과정은 정형화된 커리큘럼이 대부분이었다. 처음부터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의 축소나 흉내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봤다. 전문대학은 수요자인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을 실시해 기업 및 사회가 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기업이 직접 대학의 커리큘럼을 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엔 교수님들이 그런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했다. 한 15년쯤 지난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젠 대학이 직접 기업을 찾아가 커리큘럼을 어떻게 짤 것인지 의뢰하고 고민하고 있다. 다행스런 변화다.”

- 최근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 및 폐쇄 등 강력한 고등교육정책을 펴고 있다. 사학 설립자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목소리가 높아지며) 사학의 기본정신은 자율권에서 나온다. 고등교육기관이라면 스스로 대학 발전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모든 대학의 설립목적과 교육목표가 다른데 정부는 틀에 박힌 교육을 하라고 요구하며, 사학의 자율권을 빼앗고 있다. 우리는 세계시민 교육, 민족통일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싶지만 이런 것에 집중하면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창조·창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평가지표들로 대학을 옥죄면 창조·창의 교육이 되겠는가. 각자 대학의 교육목표에 동감하는 학생들이 와서 교육을 받아야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정권의 변화에 따라 교육정책이 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교육정책이 변하면서 사학의 자율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사학법 개정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 교육을 국가백년지대계(國家百年之大計)라고 부르는 이유도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말 아닌가.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권교체와 함께 교육정책이 너무 급격하게 바뀐다. 교육을 국가백년지대계가 아니라 정권5년지대계로 보고 있다.”

- 대학 이야기로 돌아가자. 조각공원·미니수목원 조성 등 직접 학내를 꾸미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에게 여성 전문직업인의 올바른 자질을 갖추게 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자질은 심성이나 품성·인격 등이 높아져야 갖출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배어들어야 한다. 이러한 인성과 품성·인격 등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가 교육환경이다. 강의실 팻말 하나도 정성을 들여야 학생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또한 조각공원·미니수목원 등 문화공간이 조성하는 이유도 학생들의 수준을 높여 자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다.”

- ‘경인여자대학’ 하면 ‘해외봉사’가 떠오를 만큼 활발한 해외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유가 있나.
“우리 대학의 교육지표 중 하나가 ‘세계시민 교육’이다. 학생들이 몸은 서울시민, 인천시민으로 살아도 꿈과 정신은 세계시민으로서 나누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몽골·베트남·중국·필리핀 등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사랑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몰랐다’고 고백한다. 또한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있는 것도 깨닫고 행복감도 높아진다. 이런 교육은 교실 안에서는 절대 할 수 없다. 최근에는 봉사에서 한 단계 나아가 한국문화 알리기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 앞으로 대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지.
“여자대학다운 여자대학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설립자이자 명예총장으로서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교육 환경 및 시설에 대한 투자는 끊임없이 진행할 것이다. 정말 좋은 대학은 외부 평가가 좋은 대학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우리 대학은 좋은 대학입니다’라고 말하는 대학이다. 그것보다 좋은 대학 홍보가 어디 있겠는가. 나중에 모든 졸업생에게 ‘경인여자대학은 정말 좋은 대학’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또한 그런 대학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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