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순 본지 논설위원·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오늘날 우리사회는 감히 ‘평가의 전성시대’라 할 만 하다. 대학 또한 그 선두에 서있음이 분명하다. 감독기관인 교과부의 대학 종합평가를 포함해 학문영역평가, 인증평가, 교원양성기관평가, 역량평가 심지어는 일간신문에서도 대학을 평가해 대문짝만한 호수로 대학들의 순위를 발표하기도 한다. 모두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혜자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투명하고 건전한 학교경영을 위한다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과시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평가 자료를 요구하고, 평가단을 파견해 현장 실사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평가 지표들에는 학생들의 교육여건과 재단 전입금, 장학금규모, 학생 탈락율과 졸업률, 국제화 정도, 교수 연구, 평판도와 졸업생의 취업률 등이 빠짐없이 포함된다. 때문에 대학들은 기를 쓰고 탈락의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혹은 대학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핵심에 서있는 다수의 대학총장들은 모름지기 구성원들의 ‘종’임을 자처하면서 학교발전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세계화의 마당, 최선두에서 깃발을 치겨 들고 안으로는 구성원들의 화합과 역량강화를 외쳐대고, 밖으로는 공공기관과 산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허리가 휘도록 굽신대고 있다.

총장이 뭐가 부족해서 그리 할까. 모두가 자기 식구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단 한명이라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더 많은 연구지원을 받고, 끊임없이 들이미는 평가라는 칼날에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굽신거림을 구성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다수의 대학구성원들은 총장과 함께 고락을 함께하려 한다.

그러나 최근 다수의 대학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아마도 몇몇 대학들은 너무 된서리를 맞아 회생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한다. 교육시설과 환경,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재단전임금 등 종합적으로 평가된 결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된서리를 맞고 있는 대학의 공통점은 총장과 재단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비롯된다. 설립당시 명시한 당찬 대학의 미래설계는 실종된 지 오래고, 대학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종복으로서 자세보다 오만과 사리사욕과 권한에 눈이 멀어 있다. 올곧고 정도를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때문에 고락을 함께 하기보다는 분열과 이간이 횡행하게 된다.

투명하기가 새색씨 거울 같은 요즈음 세상이다. 고도로 발달된 인터넷 탓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인식이 그만큼 신선하고 성숙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학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우리 인류의 내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대학 구성원들은 대부분 잘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스스로 부정과 무능을 척결하기위하여 때로는 자기 분신을 잘라내는 아픔을 자초하면서 정의를 주장한다.

이러한 마당에서 대학이 살아남는, 대학이 발전하는 길은 명확해진다. 진정 충복으로서 구성원을 위하는 총장과 재단, 그리고 믿고 고락을 함께하며 따르는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자율 역량을 지닌 대학’이다.
총장은 미래에 대한 혜안과 리더십이 기본역량이다. 그러나 누가 그러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를 판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직선 총장제도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미래를 고민하고, 열정을 가지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구성원들의 의중을 모아보자는 것이 곧 총장직선제도다.

대학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요구되는 평가에서 조직의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략과 지혜를 스스로 모색하기 때문에 진정한 교육을 위해 스스로 종이 되려는 총장과 구성원위에 군림하면서 자기 자신의 명예와 권리만을 주장하는 총장을 구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대학을 평가하고,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대학들을 퇴출 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려면 그들에게 스스로 총장을 선출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고,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물어야 한다. 사립대학의 재단은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사립학교 역사, 특히 사립대학에서 재단이 기여 한 바는 지대하나, 모두가 그러한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 퇴출대상이 된 대학들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 바로 재단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막중한 권한을 남발해 다수의 희생양을 만들어 내는 돌 같은 재단들은 가려 내야 한다.

하버드대 총장 나단 푸시가 졸업식에서 “흔들 수 있는 깃발, 부를 수 있는 노래, 믿을 수 있는 신조, 따를 수 있는 지도자”가 있는 사람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학 구성원들에게 따라오도록 흔들 수 있는 깃발,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신념을 가진 총장이 있다면 그 대학 또한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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