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외국인유학생 관리 이대로는 안된다(1) 외국인 유학생 10만명시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올해말 9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이면 유학생 10만명 시대가 도래한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양적 확대에 따른  질적 저하, 대학들의 주먹구구식 유학생 유치 및 관리, 정책당국의 유학생 관리 정책부재 등 문제점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대학교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부실한 유학생 학사관리로 인해 한국유학 이미지가 실추되고 면학분위기를 흐리는 등 일부 외국인 유학생들의 일탈로 인한 사회문제도 심각하다.  교육부가 최근 유학생 관리 인증시스템을 도입,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국회에서 관련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유학생 관리 정책이 시작부터 표류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5회에 걸쳐 외국인 유학생 문제 전반에 대해 그 현황과 실태, 그리고 대책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 유학생 관리가 필요하다
2. 급증하는 외국인 유학생: 그 순기능과 역기능
3. 대학들 유학생관리 한계점에: 학교차원 유학생 관리 역부족
4. 체계적 유학생 관리 ‘시급’: 과감히 민간에 위임해야
5.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에필로그

 

▲ 120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선문대는 자기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애교심을 함양하기 위해 유학생들의 국기를 게양한다. 중앙도서관앞 게양대에 현재 123개국 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선문대>
한해 1만명씩 늘어나… 관리 미흡에 따른 부작용 노출

외국인 유학생 증가는 지방대학의 재정확보와 함께 국제화와 다문화사회를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다. 반면 양적 성장 위주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경쟁이 벌어지면서 각종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들이 유학생을 재정수단으로 이용하는가 하면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학능력 부족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불법 취업, 강력범죄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이다. 지난 2000년의 경우 약 4천명에 불과하던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1년(11,646명)에서야 겨우 1만명을 넘어섰고 2003년에는 1만2314여 명으로 2년 동안 7백여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2004년 1만6832명으로 늘어난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5년 2만2526명, 2006년 3만2557명, 2007년 4만9200명으로 매년 1만여명씩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어 2008년 6만3952명, 2009년에는 7만5850명에 달했고 지난해는 8만3842명으로 8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9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이 가파른 증가추세에 비춰볼 때 2012년에는 우리나라도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유학생들을 출신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7만1838명, 남미 5156명, 북미 2302명, 유럽 1591명, 아프리카 1519명, 오세아니아 1376명 등이다.(표)

▲ 외국인 유학생 현황(2010.4월 기준) <자료=교과부>
국가별로는 중국이 5만7783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일본 3876명, 몽골 3333명 미국 2193명, 베트남 1914명, 대만 1419명, 기타 1만3324명 등으로 모두 242개국에서 유학을 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집계에 의하면 비독립국을 포함해 국제법이 인정하는 지구상 모든 국가에서 적어도 한명 이상이 우리나라로 유학을 온 셈이다.

학교별 유학생 수를 살펴보면 경희대가 4049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연세대 3997명, 이화여대 3284, 건국대 2571명, 서울대 2490명, 고려대 2433명 등의 순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1천명 이상인 대학은 25개 교이며 500명 이상인 대학은 53개교, 100명 이상인 대학은 143개교 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3만3406명·39.8%)을 비롯, 경기(6705명· 8.0%) 인천(1813명·2.2%) 등 수도권에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인 4만1924명(50.0%)이 몰려있다. 이어 경상지역에 1만6434명(19.6%), 충청지역에 1만3859명(16.5%), 전라지역에 8839명(10.6%), 강원지역 1934명(2.3%), 제주지역에 852명(1.0%)의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 주요 대학이 몰려있는 서울지역 이외의 지방소재 대학에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60%가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 외국인 유학생 분포도 <자료=교과부>
교과부, 질적관리 추진… 대학 부실관리 되풀이

국내 대학에 적을 둔 외국인 유학생 중 68.9%가 중국 출신이다. 다시말해 외국인 유학생 10명중 7명이 중국유학생이라는 얘기다. 이는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거니와 한글을 아는 조선족 출신이 많은 데다 선진 일본에 비해 유학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학이 중국과의 교류를 활성화 하는 과정에서 유학생을 전략적으로 늘린 경우도 있다. 재학생의 8%가 외국인 유학생이고 이중 99.3%가 중국 유학생인 전남 영암의 대불대는 한중간 협력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중국인 유학생을 위한 단과대학인 한중교류대학을 특화 학과로 개설하고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배려하는 등 중국 유학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88%가 중국인 유학생인 광주 호남대의 경우 중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중국교류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유학생 맞춤교육의 일환으로 국제통상경영 분야에서 전문성을 고루 갖춘 글로벌비즈니스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국제학부를 신설하는 등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관계자는 “중국이 거리도 가깝고 학생들도 많아 시장성이 좋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지방대학의 경우는 유학생들이 재정에 기여하는 바도 크고 대학의 글로벌화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방대학에 외국인 유학생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정확충 수단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정원외 모집이 가능한데다 교환학생을 제외하고는 한국 학생들과 등록금 액수가 동일해 일부대학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각종 장학금 지급과 기숙사 실비 제공, 생활지도 등의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외국인 유학생 특히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유학생 유치노력에 비해 대학들의 유학생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 2009년 유학생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22개 대학이 학생관리나 학사운영을 허술하게 한 것으로 드러나 비자발급이 제한되거나 시정명령 등 행정제재 조치를 받았다.

문제가 제기된 대학들의 부실관리 유형을 보면 △학력미달자등 비자발급이 불가능한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모집하는 등 비공인 유학원을 통해 유학생을 모집한 경우 △한국어 능력 기준미달자에게 입학을 허가하는 등 형식적인 한국어 능력검증을 한 경우 △학기별, 학점별로 징수하는 학칙을 위배하여 등록금을 1년치 이상 미리 받은 경우 △출석이나 성적 미달자에게 학점을 부여하고 한국어학점을 과다하게 인정한 경우 등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실시된 대학들의 유학생관리 실태점검에서도 18개 대학이 유학생 관리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시정지시를 받았고, 법무부 현장점검에 적발된 7개 대학은 유학생 전입제한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들 대학은 △제적 등 중도탈락률이 50%이상되거나 △제적대상학생을 상급학년으로 진학, 또는 졸업시켰고 △출석 미달자에게 학점을 부여하였으며 △미입국 또는 출국중인 유학생에게 출석 및 성적을 인정하는 등 학칙을 위반하였다.

이와 함께 △표준업무처리요령 이행을 위한 전담 직원이 미흡했고 △최근 3년간 유학생 중토탈락률(어학연수생 포함)이 30% 이상 이었으며 △외국인 등록증을 보관하고 유학생 보증금을 예치하는 등 유학생들에 부당처우를 하다 적발됐다.

광주지방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았거나 유학생에게 제적이나 연수중단, 행방불명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아 지난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례가 18건이나 된다.

▲ 청주대는 지난10월25일 교내 대강당에서 청주상당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외국인 유학생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범죄예방 교실을 열었다.이 대학에는 1400여명의 외국인유학생이 재학중이다. <사진제공=청주대>
유학생 종합관리 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한국유학 희망자들 가운데는 돈만 챙기는 일부 국내 유학알선 업체와 현지 국가의 유학알선 업체의 횡포로 인한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유학업체는 유학생을 한국에 보내는 데만 급급해 과장 홍보를 하거나 심지어 유학생들의 적성이나 전공과는 무관한 한국 대학으로 유학생들을 보내는 등 비 전문적인 카운슬링으로 인한 피해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학의 정보와 학과정보의 부족으로 인하여 한국대학에 적응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국대학의 사전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자신과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거나 신중한 판단 없이 같은 나라 사람이 많은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무작정 선택한 전공이 너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유학생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학생 수준에 맞춰 진행되는 강의는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넘기 힘든 높은 장벽이다. 이러다보니 공부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이 생겨나고 급기야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유학생들 중에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더불어 대학을 이탈해 불법 취업하면서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유학생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중도 이탈이 발생하는 것은 대학 측이 유치에만 급급할 뿐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는데다 한국에서 취업을 원하는 유학생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데도 원인이 있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이제는 대학들이 유학생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유학생관리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외국인 유학생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자 교과부는 유학생관리 실태를 조사, 부실관리대학에 대한 제제를 가하고 ‘유학생 유치·관리 인증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국내 대학의 유학생 관리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돈벌이 수단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선발하거나 학사 관리를 엉망으로 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다문화 사회에서의 중국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출신 국가를 유럽이나 아프리카, 미주지역, 남미 등으로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 관리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유학생 선발은 물론, 입학, 비자발급, 입국, 학사 관리, 졸업 및 취업, 출국에 이르기까지 유학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외국인 유학생 종합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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