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닐 파팔라도(Neil. A. Pappalardo) 메디텍 회장

4년 전 KAIST에 한 미국인이 250만 달러(당시 한화 22억여원)를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KAIST에 기부를 한 최초의 미국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낸 기부금을 학교 내에 학생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짓는데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KAIST 내에 학생, 교직원만을 위한 병원 파팔라도 메디컬 센터가 세워졌다.

기부의 주인공은 바로 닐 파팔라도 미국 메티텍 회장. 메디텍은 병원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로 1968년 그가 창립한 회사다.

그가 KAIST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같은 MIT출신인 서남표 총장 때문. 그는 서 총장과 10년 이상 교류해 온 사이로 “KAIST를 한국의 MIT로 만들겠다는” 서 총장의 말에 KAIST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부인이 묻더군요. 왜 하필 한국에 기부를 하느냐고요. 당시 서 총장은 KAIST를 MIT에 견줄 대학으로 만든다고 했어요. 그런데 KAIST를 방문해서 학교를 둘러보니, MIT와 다른게 하나 있더군요. 바로 병원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교내 병원 건립 비용으로 기부를 하게된 파팔라도 회장. 하지만 KAIST가 위치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경우 특구법상 병원을 못 짓게 돼 있다. 때문에 병원 이용 대상을 대학 교직원과 학생들로 제한하고, 지자체 승인을 받으면 지을 수 있는 소형급 병원으로 추진했다. 당시 파팔라도 회장은 병원 설립을 허가해달라며 직접 국회의원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고.

“미국의 대학에는 모두 병원이 있습니다. 학생들을 치료하는 목적이죠. 그런데 KAIST같은 대학에 병원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밤새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돌봐줄 곳이 없다는 게 말이죠. 그래서 병원을 지어야겠다는 마음에 기부를 하게 됐죠.”

당시 그의 기부 소식은 미국인이 한국에 기부를 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기부소식에 놀라는 한국인이 더 놀랍다”며 “그때 한국 대학의 기부문화가 미국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한국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군요. 저는 놀라는 한국인이 더 의아했어요. 미국에선 돈을 많이 번 창업가나 기업가가 사회에 기부하는 일이 매우 흔한 일이기 때문이죠. 특히 대학 기부금은 보통 성공한 창업가들에게서 나오는 게 대부분이죠.”

그러면서 그는 ‘창업교육’에 대한 투자가 대학 기부 활성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이 일자리 창출이자 대학기부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 역시도 MIT 졸업 후 지금의 회사를 만든 창업가다.

“보통 창업은 가난한 사람들이 시작합니다. 그들은 일로서 성공하길 바랄 뿐 큰 돈에는 관심이 없죠. 때문에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대학 기부금도 보통 창업가들로부터 나오죠. 대학은 이러한 창업가를 길러내는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결국 대학에서 창업가를 배출하면, 그들이 단기적으로는 직업을 창출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거액을 기부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이런 식으로 기부금을 늘려가야 재정지원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수준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제가 기부한 이후에 KAIST에 전달되는 기부금이 부쩍 늘었다고 하더군요. 이 대학 뿐만이 아닙니다. 창업가를 길러내는 일이 결국 미래의 대학 투자자를 유치하는 일입니다. 대학생들의 창업활동에 더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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