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맹점... 폐과 결정 후 취업률 1위 올라

확실히 취업률에 민감한 시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통계 수치를 인용해 ‘고용 대박’이라며 활짝 웃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취업 전선에 서 있는 젊은이들이 체감하는 고용 현실과 너무도 다른 장관의 우스갯소리가 부른 촌극이었다.

취업률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로는 더 심한 곳이 대학이다. 취업률이 신입생 유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데다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지표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이렇다보니 취업과는 거리가 먼 전공의 교수들이 발끈했다. TV 인기 프로그램 출연 가수들이 노래가 아닌 구호를 외치는 장면은 신선했다. 이들은 가수가 아닌 실용음악과 교수로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예술대를 취업률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여기, 학과별 취업률 전국 1위를 차지한 몇몇 지방대 학과들이 있다. 예술계열 못지않게 학생들의 취업이 어려운 문·사·철(文·史·哲) 학과들이다.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도는 7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했으니 응당 ‘고용 대박’이라고 자랑할 법하다. 그러나 이들 학과는 취업률 1위에 마냥 웃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폐과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폐과로 인해 소속 학생이 얼마 남지 않아 몇 명만 취업에 성공하면 취업률이 쑥쑥 올라갔고, 이런 ‘통계의 맹점’이 이들 학과를 취업률 1위에 등극시켰다. 학과 교수들은 똘똘 뭉쳐 마지막으로 남은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학과 취업률 1위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학 관계자는 이런 ‘사연’을 들려줬다. 소멸 직전에 가장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초신성의 존재처럼, 이들 학과는 그렇게 눈물의 취업률 1위를 달성한 것이다.

취업률 1위라는 수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타이틀이 된 지금이다. 그럼에도 이들 대학이 ‘고용 대박’이라 자랑스럽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직접 뛰어다녀봐서 대학생들의 어려운 취업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래서 통계에 어떤 맹점이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폐과가 결정되고 나서야 취업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아이러니. 논란이 된 박 장관이 수장을 맡은 부처는 아니지만, 대학들로서는 취업률 잣대를 적용해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주무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현실일 터이다. 교육 당국은 대학과 학생들이 통계 수치 속에 숨겨진 눈물을 볼 수 있고, 제대로 된 보완책을 마련하는 정책결정자를 원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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