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명단발표, 관련자 동상철거, 기념관 명칭변경 등 주류

한승조 전 명예교수 파문 직후 고려대가 지난 11일 학내친일청산을 주장하며 전·현직 교직원들의 친일행적을 조사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후 친일청산의 불길이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으로 옮겨 붙고 있다. 서울대 동아리연합회와 공대, 농생대 등 학생회는 23일 ‘서울대 일제잔재 청산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조만간 교내 친일인사명단 백서발간과 동시에 명명당시부터 친일 인사 논란이 제기돼 일부학생들의 비판을 받아온 법대 ‘유민홀’과 미대 ‘우석홀’ 등의 명칭변경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산위 측은 이날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대 시절부터 친일 의혹이 다분할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집요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도 25일 ‘학내 일제잔재 청산작업’을 선언했다. 이 대학 초대총장 김활란씨의 친일행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들은 앞으로 김활란 여성지도자상 폐지와 교내 김활란 동상철거, 그리고 김 초대총장의 세례명을 딴 헬렌관 명칭변경 등을 학교측에 요구했다. 지난 18일, 친일청산의 목소리를 높였던 연세대 학생들은 현재 친일파 명단발표를 위한 조사 작업과 백낙준 초대총장의 동상을 철거하기 위한 서명 및 모금운동을 진행 중이다. 박이정엽 연세대 민노당 학생위원장(경제4)은 “현재 하루 한 시간 정도 서명을 받고 있다”며 “하루평균 90명 정도의 학생들이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이 작업에 착수한 고려대도 28일 1차 선정인원 발표에 차질이 없도록 현재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청산위 관계자는 “설립자 김성수 등 대표적인 친일인사 이외에도 몇몇이 거론돼 이들에 대한 자료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28일 발표 때 모두 공개하고 추후 일정도 밝히겠다”고 말했다. 대학관계자들은 청산작업은 필요하지만 신중하게 발표 할 것을 당부했다. 연세대 학생지원부 관계자는 “한 가지 발언이나 글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그들이 처했을 상황에 대한 분석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갑 고려대 학생처장은 “일제청산작업은 정부나 일부 NGO에서도 하지 못한 일인 만큼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학생들이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현명하게 행동해주길 바라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어 “학생들의 일제청산작업이 학내의 인적유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업적을 내용으로 평가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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