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목적 없다” 했지만 정치선언 풀이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 중인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14일 밝혔다.(아래 전문 참조)

안 원장은 현재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37.1%를 보유 중이다. 종가로 3030억 상당이며,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1500억원 정도다.

안 원장은 14일 오후 5시 30분경 안철수연구소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고자 한다”며 “내가 가진 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은 이메일에서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라며 “(이번 사회환원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정치적인 해석을 부인했지만, 이러한 행보가 대선을 위한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분석으로도 풀이된다.

안 원장의 재산환원의 시기와 방법 등은 모두 확정되지 않았으며, 안 원장은 15일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안 원장이 이메일을 통해 재산의 사회환원이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안 원장이 대선을 출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안 원장은 그동안 여러 번 거듭해 “정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학교 일만으로도 바쁘다”고 밝혀왔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달 초부터 안 원장이 재산을 출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안 원장이 이를 통해 대선 행보를 본격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것도 함께 나왔던 이야기다.

다음은 안철수 원장의 이메일 전문.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안연구소 동료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합니다. 

 그것은 나눔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의사와 기업인, 그리고 교수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리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과분한 은혜와 격려를 받아왔고, 그 결과 늘 도전의 설렘과 성취의 기쁨을 안고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나름대로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애써왔습니다.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으며, 여기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가치를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특히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앞장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우선 제가 가진 안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입니다.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지, 또 어떻게 쓰이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것인지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것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11월 14일 안철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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