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숙 조선대 교수, 1980-2010 대졸자 이름 분석

▲ 강희숙 조선대 교수
시대 따라 인기 이름도 변화 … 여학생은 정숙에서 지혜로

30년전 대학을 졸업한 남학생의 이름 중엔 종호·영배·동식 등이 많았으나 최근엔 정현·지훈·정훈 등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대 변화와 함께 이름에 주로 사용되는 글자나 인기를 끄는 이름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강희숙 조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최근 실시한 ‘해방 이후의 한국인 인명의 변천 양상에 관한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15일 조선대에 따르면 강 교수는 최근 국내 한 대학의 1980년 졸업생 1207명, 2010년 졸업생 4030명의 이름을 대조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강 교수 발표에 의하면 1980년에 대학을 졸업한 남학생 중엔 ‘종호’가 가장 많았고 △영배 △동식 △정수 △경수 △병철 △대성 △광희 △승주 △남수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2010년 대학을 졸업한 남학생 중엔 ‘정현’이 가장 많았고 △지훈 △정훈 △승현 △현수 △성호 △형주 △현철 △민호 △지웅 등이 상위에 들어 1980년 졸업생과 단 한 건도 중복되지 않았다.

여성의 이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1980년 졸업생 중엔 ‘정숙’이 가장 많았고 △명숙 △영희 △은희 △미숙 △명자 △영숙 △숙희 △경희 △경숙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10년 졸업생의 경우엔 ‘지혜’를 선두로 △지은 △지영 △유진 △현정 △보람 △소영 △지현 △수진 △아영 △미영 등의 이름을 가진 학생이 많아 1980년 졸업생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강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30년, 즉 한 세대의 차이가 이름의 형태에 상당한 변모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었다”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1980년도엔 ‘숙’, ‘희’, ‘자’ 등이 이름의 끝 글자로 주로 쓰인 반면 2010년도엔 그러한 글자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여성의 이름을 구성하는 글자들이 이전 시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 교수가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선 1990년대 출생자들이 영어식 이름보다는 고유어 이름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태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가 광주의 20대 남녀 학생 1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유어 이름 또는 영어식 이름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 고유어 이름에 대해선 67.6%가 ‘좋다’고 답한 반면 외래어 이름에 대해선 36%만이 ‘좋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89%는 뱃속에 있는 아기를 부르는 이름인 태명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50년간 출생한 한국인의 인명 가운데 18만명의 대규모 표본을 토대로 이름의 변천 양상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강 교수는 한국인의 인명이 사회·문화 변화와 함께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살피고 인명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식구조 등도 심층 분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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