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붕익 한국외대 HUFS-HRI EU Centre소장

▲ 장붕익 한국외대 HUFS-HRI EU Centre소장
1953년 독일, 프랑스 접경지역에 두 나라를 잇는 한 구조물이 건설되는 데, ‘유럽대교’가 그것이다. 스트라스부르크와 켈을 가로지르는 라인강 위로 건설된 그 다리는 반목의 역사를 가진 두 나라 뿐 아니라 전 유럽차원의 화해와 공존공영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구조물로 인식되고 있다. 유사 이래 유럽은 크고 작은 갈등과 전쟁의 장이었고, 유럽역사는 바로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그 대립의 중심에는 주로 프랑스와 독일이 있었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 두 강대국은 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의 패권을 놓고 수없이 충돌했고, 그때 마다 유럽은 전쟁의 포연(砲煙) 속에 묻혀버리곤 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와 협력은 유럽평화의 필수조건이었고, ‘유럽대교’는 유럽인들의 그 같은 여망을 실현시켜 준 화답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유럽연합은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2011년 7월 발효된 한-EU FTA는 남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인식을 더욱 강화시켜주고 있으며, 실제 EU와의 자유무역협정이 한국경제성장에 큰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있어서 다른 의견은 없는 듯 보인다. 거대한 구매력을 지닌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은 분명 한국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협력에 몰입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분야에서의 유럽연합의 역할 같은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인권보호, 기아퇴치, 민주주의, 공적개발원조, 환경보호 등과 같은 문제들에 있어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21세기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정립과 선도적 역할 수행에 있어 유럽연합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장차 미래를 이끌어 나갈 대학생들이 유럽연합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유럽연합이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유럽대륙에 평화와 번영을 생성시킨 비전과 자기희생의 결단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역사인식 공유라는 토대 위에 화해와 협력의 공감대를 구축함으로서 유럽대륙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였고, 이는 유럽통합운동에 가장 큰 촉매제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양국의 화해협력기운은 처음부터 성숙되어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난한 과정의 협의와 상대에 대한 이해의 결실이었다. 전승국, 패전국의 관계를 뛰어넘어 유럽재건을 위한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킨 비전과 결단은, 대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인식과 국제적 균형감각을 지녀야 하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연합은 가입국확대, 협력의 심화라는 당면과제를 안고있는 완성형이 아닌 아직도 진행형인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유로존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다양하고 대립하는 주장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민주주의제도와 인류보편가치 대한 변함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건전한 동반자라 할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유럽연합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매우 중요한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양 지역관계는 더욱 증진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한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한-유럽대교를 건설하고 한 걸음 더 가까워져야 하며, 그 중심에는 우리 대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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