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청춘들이 겪는 고민 절절히 담아내

▲ 신하영 기자
24일 안동대에서 열린 제 35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국민대의 ‘플레인노트’팀이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곡은 대학생들의 애환을 다룬 ‘백조의 노래’다. 취업에서 겪는 어려움을 실연의 아픔에 비유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 대학가요제에서 본선진출 11개 팀 가운데 상당수가 ‘백조의 노래’처럼 요즘 대학생들이 겪는 애환을 노래했다. 이 시대 청년들이 겪는 고통과 좌절, 그리고 희망을 노래한 것이다. 더 이상 숨지 말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가자(이승윤-없을 걸)거나 학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산30사운드- 콤플렉스 파티)는 노래도 있었다. 또 삶에 지친 대학생들에게 오늘만은 고민을 잊고 놀아보자(솔라린세스-에라 모르겠다)고 외치는 노래도 선보였다.

대학가요제 역사 35년 동안 이처럼 학생들이 겪는 애환을 적나라하게 투영한 대회가 또 있을까 싶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 시대 청춘들이 겪는 고민이 본선 진출 곡을 통해 절절히 묻어나왔다고 평해야 할 것 같다.

사실 ‘88만원 세대’(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가 출간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요즘 대학생들을 ‘철딱서니 없는 20대’로 바라봤다. 삶에 대한 철학은 없고, 인터넷과 모바일에 빠져 사는, 깊이 없는 젊은이들로 이들을 평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F학점을 받아도 취업이 가능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지금의 20대는 학점을 잘 받고 스펙을 쌓아도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상위 5%만이 대기업과 공기업, 공무원으로 취업할 수 있다. 나머지는 그나마 중견기업에 들어가면 성공한 것이고, 이들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대 비정규직은 101만4000명이었다.

‘20대 비정규직 100만 시대’에 드리운 그늘은 짙고 어둡다. 대학생들이 취업의 아픔을 실연에 비유하고, 오늘만은 고민을 잊고 놀아보자고 외치는 이유다.

대학생들의 고민은 총장·교수·직원 등 대학 구성원이 함께 짊어지고 나가야 할 십자가다. 특히 교수들은 강의준비에 논문까지 쓰느라 정신없다고만 하지 말고 제자들의 고민에 귀를 열어야 한다.

요즘 정부의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드라이브로 대학가가 어수선하다. 그런 만큼 교육당국과 국립대 교수사회가 충돌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실망스러운 것은 교수님들 입에서 학생 취업문제나 교육문제를 논하는 것을 듣기 힘들다는 점이다. 총장직선제, 성과연봉제 등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돼 정작 제자들의 고통은 보지 못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대학의 교육과 교권에 영향을 미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주장하는 바가 맞고 그름을 떠나 고민의 출발점에서 제자(학생)들을 먼저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서 하는 얘기다.

또 청년 실업이란 사회적 문제가 교수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학생들에게 좌절이 아닌 희망을 심어줄 스승의 역할이 교수들에게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정부 또한 취업 포기자를 빼버린 청년 취업률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점을 진정성 있게 꺼내 보이는 것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 시대 대학생들이 겪는 고통은 이 시대 기성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