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명칭 "일제 잔재다 vs 아니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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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vs 경운궁… 명칭변경 공청회

2일 공청회서 찬반양론 팽팽

사적 124호인 덕수궁(慶運宮). 그 이름이 과연 일제의 잔재일까? 만약 잔재라면 명칭을 바꿔야 하나? 바꾼다면 원래의 이름인 경운궁(慶運宮)으로 돌려야 할까?
이를 둘러싼 날 선 공방이 2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벌어졌다.

문화재청이 주최한 이 자리에서는 명칭 변경을 주장하는 쪽과 유지하자고 주장한 양측을 대표해 각각 1명씩 학계 전문가가 나서 발제를 하고, 이를 두고 다시 양쪽으로 갈라진 토론자 8명이 각기 진영을 나누어 난상토론을 벌였다.

발제는 홍순민 명지대 교수와 이민원 원광대 교수가 맡았다.

홍 교수는 '우리 궁궐 이야기'라는 스테디셀러 책을 통해 이미 덕수궁 명칭을 경운궁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한제국의 궁궐 경운궁'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그것을 좀 더 학술적으로 보강한 근거들을 내세웠다.

그의 주장은 요컨대 덕수궁은 일본 침략의 잔재이므로 경운궁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덕수궁으로 불리는 시절 이후, 특히 고종 사후(死後) 궁역이 잘려나가고, 본래의 건물들은 헐려 없어지고, 이질적인 서양 건물들이 들어서서 본 모습을 거의 찾기 어렵게 왜곡되고 훼손되고 변형되었다"면서 "덕수궁이라는 이름을 쓰는 한 나라를 빼앗긴 황제의 울분, 망국의 역사, 식민지 지배의 흔적, 해방 이후 무원칙하고 무능한 문화유산 관리 정책만을 되새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경운궁이라는 이름을 회복하면 대한제국 광무 연간의 역사, 외세에 둘러싸여 압박을 받으며 나름대로 그것을 물리치려 진력하던 고종과 그 시대 사람들,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보려고 시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덕수궁 옛 건물 위에 아직 때묻지 않은 눈이 그대로 남아 겨울 정취를 풍기고 있다. 

그의 이런 주장은 애초에는 대한제국의 정궁이라 할 만한 경운궁이 헤이그 특사 파견의 여파로 황제 자리에서 강제퇴위한 고종이 머물게 되면서 이름도 덕수궁으로 바뀌고, 위상 또한 격하되었으므로 원래 이름인 경운궁으로 돌려 망국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한제국사 전공인 이민원 교수는 '역사 속의 덕수궁과 현재의 의미'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이 교수는 황제자리에서 물러난 고종이 지내게 된 경운궁에다가 덕수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순종황제와 그의 신하들이며, 더구나 덕수궁이라는 명칭에는 "순종과 신하들이 태황제인 고종을 잘 받들어 모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경운궁의 역사가 300년이라지만 실상 왕궁으로 기능을 하고 그렇게 지칭된 기간은 임진왜란 직후 30년간(1594-1623)과 고종 당시의 약 10년(1897-1907)을 합친 40년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이렇게 보면 지난 100여년 동안 덕수궁으로 불린 역사가 더 길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름을 경운궁으로 바꾸면 덕수궁 역사 100년을 포함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명칭 변경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발표에 이어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과 김정동 문화재위원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 8명이 종합토론을 벌였다. 이 위원장은 명칭 변경을 주장했지만 김정동 위원은 바꿀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공청회 결과 등을 토대로 이 안건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부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근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심의에 부칠 이유도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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