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향진 제주대학교 총장
“대학평가 연구·산학협력지표 포함 바람직”

제주도민들에게 지난 11월 12일은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된다.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의 하나로 인정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7대 자연경관 선정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74% 증가하고 연간 최대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되고 있다.
그 중심에 제주대가 자리하고 있다. 내년이면 개교한지 60주년이 되는 제주대는 도내 유일한 국립대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대학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제주대는 학생들의 학습능력향상은 물론 교수진의 역량강화, 나아가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취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허향진 총장을 만났다.

-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대학 입장에서도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는 우리 대학의 꾸준한 노력이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2월 대학본부 차원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실천 전략을 수립하고 교내 현수막 설치, 각종 간행물 발행, 국내외 홍보, 투표 참여 장려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물론 다른 대학들의 노력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은 우리 대학교의 이미지 향상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생각한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국제관광도시를 지향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제주도를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와이 등 세계적 관광지에 비해 지명도가 낮은 실정이다. 실질 가치에 비해 덜 알려졌던 제주도가 이번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주도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도의 지명을 딴 대학 입장에서도 지명도가 적잖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있다. 무엇보다도 관광산업 활성화로 인한 취업률 제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지명도는 지역 소재 대학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 아닌가.
“사실 언론사 평가를 보면 우리 대학이 연구여건 등 전반적으로 괜찮게 평가되고 있다. 국제화 부문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은 우리 대학의 국제화 부문 입지를 제대로 평가받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은 가급적 많은 학생을 외국으로 내보내고 외국인 학생을 많이 받아드리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학교에는 현재 45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총장 취임 전 200여명에서 배로 늘린 것이다.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1000명 정도까지 늘릴 생각이다. 국제화를 위해선 유학생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중국 시장이 크므로 중국을 중심으로 하고 일본으로도 넓혀 볼 생각이다. 제주도가 국내 다른 지역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이므로 학부모가 안심하고 유학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7대 자연경관 선정으로 인해 외국인 학생 유치가 더욱 용이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더불어 해외로 유학 보내는 학생 수도 늘릴 생각이다. 올해는 160여명을 외국 자매대학 등으로 유학 보냈는데 내년에는 200여명을 보낼 예정이다.”

-등록금을 3년째 동결해오고 있는데 내년에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국립대학 중에서도 최하위이며 사립대학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이런 실정에서 국고 예산의 확대 없이 지속적으로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유도할 경우 대학재정 압박이 가중될 것이고 질 높은 교육 제공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추진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리고 등록금 절대액 격차를 간과하고 현 등록금액 기준으로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하거나 일률적으로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국립대학의 학생 1인당 또는 계열별 등록금(액) 가이드라인(표준액)을 제시하여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등록금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대학 간 등록금 격차가 많이 해소될 것이다.
국고지원의 한계 및 대학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기성회비에서 충당하도록 하는 재정 구조는 학부모들에게 가계 부담을 가중시켜왔고 국립대학 간 교육격차도 더욱 커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립대학이 공교육을 담당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무성을 강화하고 학부모, 학생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립대학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 정부가 사립대에 이어 구조개혁 중점추진대학 5곳을 선정하는 등 국립대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당면 과제 이외에도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경감과 교육의 질적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미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의 사명은 교육과 연구, 봉사이며 연구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교육 경쟁력은 그 한계성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한다. 학문분야는 갈수록 서로의 영역이 없어지면서 점차 융복합화 되어가고 있으며 연구가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지지 속에 대학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평가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지표 위주의 평가를 보완하기 위하여 연구와 산학협력 분야의 지표도 발굴하여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시하고 싶다.”

-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의견이 대학 또는 구성원들에 따라 다르다. 총장직선제폐지에 대한 견해도 궁금하다.
“우리대학은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화를 심도있게 검토하기 위해 ‘법인화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립대학에 대한 법인화가 추진될 경우 지방 국립대 및 지방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법인화에 대한 시각은 입장 및 위치에 따라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우리 대학은 일본대학들의 법인화 장단점과 서울대 등 선발대학들의 법인화 과정을 지켜본 후 학내외구성원의 의견수렴과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국립대의 법인화는 재정여건을 비롯한 교육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여건이 되는 대학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되며 우리 대학의 경우 아직 법인화를 추진하게에는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고 판단된다. 총장선출은 직선제나 간선제 등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총장선출 방식이 현행 직선제의 장점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다만 직선제를 폐지하는 경우에도 교육공무원임용령 등 국립대 총장 임용 등에 관한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추진하는 것이 대학 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칙개정만으로 총장직선제를 폐지할 경우 학내 갈등이 수반될 수 있으며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거나 미미할 경우에는 한시적인 제도개선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제 본격적 입시철인데 제주대를 지원하는 수험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우리대학은 전국 최상위의 우수한 교수 확보율 등 교육여건이 전국대학 중 6위권에 있다. 재학생 1만 명 이상 대학 중 등록금은 두 번째로 적고 장학금은 국립대학 중 6위일 정도로 폭넓은 장학혜택을 부여하는 등 전국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 학습여건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역의 취약한 취업환경 때문에 서울지역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에따라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학생 취업률 향상을 위해 취업전략본부를 신설하고 취업코디네이터 교수제, 책임제도교수제 등 다양한 취업관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발맞춰 학생들에게 외국어 능력 향상과 국제화 마인드를 고취시키기 위해 외국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단기 프로그램을 우선 시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느 대학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여건을 가지고 있는 만큼 수험생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대학 역량을 강화, 현재 전국 50위권에서 20위권으로 올려놓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업률을 작년의 48.9%에서 70%로 최대한 끌어 올리고 국제화 수준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시설 면에서는 현재 설계 중에 있는 수의과대학을 포함하면 기본여건은 다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도서관과 체육관 시설이 다소 열악하다. 이들을 제대로 확보해 쾌적한 교육환경을 꼭 갖추고 싶다. 또 내년 초까지는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를 두세 개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한 수익사업으로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교교부로부터 이미 4억원을 지원받았다. 대학에 산학협력도 중요한 만금 산학협력단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허향진 총장은 …
1955년 제주도 제주시 출생. 1973년 제주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경영학 석사, 세종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돼 대학평의회장, 경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등을 거쳐 지난 2010년 2월 총장에 취임했다. 2002년 미국 펜실베니아대 객원교수로 근무했고 2004년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제주특위 위원, 2007년 제주발전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 자문위원,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민간위원 및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