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순 본지 논설위원·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최근 대학 폐교조치라는 한랭기류가 대학들을 꽁꽁 얼어 붇게 하고 있다. 지난 9일 교과부는 사립대 경영부실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시 4개 대학을 경영부실로 추가 결정·보도했다. 이들 대학에 대해서 종합감사 후 결과에 따라 학교폐쇄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따라서 경영부실대는 총 18개 대학이 되는 셈이다.

이들 대학들은 대부분 심각한 취업난과 천정부지의 사교육비 부담, 그리고 바닥을 기는 대학경쟁력과 교육의 질적 수준, 부정과 비리 재단 등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한다. 이를 고려 할 때,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동안의 평가 절차와 내용에 대해 심하게 반발하게 되는 이유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반발의 핵심은 그동안의 전반적인 고등교육정책에 있다. 특히, 경영부실의 근본원인이 사학재단의 비리로부터 출발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교과부의 폐교처분을 ‘비리재단에 축복을 내리는 결정’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마저 들리고 있다.

폐교대상의 재학생들에 대한 편입학 조치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학생들만이 인근대학에 편입학처리 된다는 점, 잔여재산처리 규정의 모호함, 잔여재산의 귀속조치 등에 따라 결국 재단은 재정적 손실을 입지 않는다는 주장들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이 모든 경우들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조차도 그 방법과 절차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실추될 대로 실추돼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미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된 유사중복학과와 대학 간 통폐합, 대학경쟁력 강화와 차별화를 위한 BK21, NURI 사업 등 구조조정정책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됐다. 그러나 결과는 고등교육 전반의 성과관리 및 질 관리 시스템과 연계되지 못해 대학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커녕, 대학 간 불필요한 경쟁의 심화를 초래했다. 결국, 지금에 와서는 그야말로 무력에 가까운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학구조조정이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급속한 변화와 다양화된 대학의 이해관계 속에서 정책당국의 어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이유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측 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당국이 사전에 조금만 더 신중하게 대처했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을 빚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학정책 당국은 구조조정을 시작한 초기에 보다 진중한 자세로, 장기적인 혜안력을 가지고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 단위대학들이 변화를 감안한 자발적 구조조정 혹은 혁신계획을 중·단기로 수립토록 하고, 정책 당국은 그 타당성을 검토해 지원을 해왔어야 한다.

물론 그 타당성은 국가발전전략을 중심으로 산업별 고용정책, 교육과학기술부의 학문영역별 고등교육인구정책 등 다양한 분야들이 종합된 판단이어야 하며, 지원 이후에 수립된 계획의 이행수준과 효과를 철저히 검증해 그에 따른 지원의 계속 여부와 책임을 묻는 과정이 진행되어 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마도 구조조정이 시작된 10여년이 지난 지금, 갈등을 조장하는 급조된 평가가 횡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의 질을 가늠하기 위해 설정한 교육지표들이 진정한 의미의 학문적 질적 수준을 가늠하기보다는 취업률과 같은 단순교육지표들로 구성, 대학의 발전적 잠재력, 역사와 전통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획일적 평가 혹은 억지로 탈락 대상 대학을 만들기 위한 평가도구라는 조소의 대상이 되거나 비판을 듣지도 않을 것이다.

교육을 국가의 백년지대계라고 말한다, 국가의 핵심이 되는 고등교육정책, 지금부터라도 좀 더 진중하게 접근해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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