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기술 사장단계인 ‘데스 벨리’ 극복 위해 도입

기업·대학 공동 출자해 설립, 시제품 개발·상용화 지원
기술가치·시장성 등 고려 내년 2~3월께 2개 과제 선정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연구소·기업이 공동 출자하는 ‘산학연공동연구법인’을 도입한다.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단계인 ‘데스 밸리(valley of death·죽음의 계곡)’를 극복하기 위한 묘안이다.

교과부 정관수 지역대학과장은 21일 “산학연공동연구법인 사업에 28개 대학 42개 과제가 응모됐는데 내년 2~3월쯤 평가를 통해 2개 사업을 최종 확정하고, 과제당 연간 4~5억 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학연공동연구법인(이하 공동법인)은 말 그대로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공동 출자한 법인이다. 출자기관 간 협의에 따라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의 형태로 설립이 가능하다. 대학이 개발한 기술이 시제품 개발을 거쳐 상용화되기까지, 전 과정을 공동법인이 관장한다.

공동법인은 ‘대학이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해도 상용화되는 기술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특히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는 단계인 ‘데스 벨리’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학은 초기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데 반해, 산업계는 제품개발·상용화에 투자를 집중한다. 때문에 대학·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이 사업화되는 전(前)단계에서 ‘데스 벨리’가 발생, 사장되는 기술이 많은 것이다.

대학이 만약 기술 사업화의 성공확률을 높인다면, 산학협력단 수익은 수직 상승할 수 있다. 대학의 수입원을 다양화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 거액의 연구비가 낭비되는 요소를 줄일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차세대 먹을거리 개발이 절실하지만 연구비가 충분치 않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차세대 주력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함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기업은 6.8%에 불과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51.1%가 3년 이후의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할 묘안으로 공동법인을 도입했다. 내년 2~3월쯤 2개 과제를 선정, 향후 5년간 연간 4~5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와 시장성을 평가한 뒤 시제품 생산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당초 교과부는 응모 과제가 많아야 20개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사업신청 마감 결과 28개 대학 42개 과제가 응모됐다. 그만큼 대학에서도 이 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시장상황을 평가하고, 확신을 갖고 투자하기 어려운 점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교과부는 42개 과제에 대해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을 평가, 10개 과제를 1차로 가려냈다. 과제가 선정된 대학에는 전문기관과 협의해 법인 설립·운영계획을 내도록 했다. 포괄적인 사업계획서의 구체화를 요구한 것이다.

교과부는 10개 과제에 대한 법인 설립·운영 계획을 면밀히 평가해 내년 2~3월쯤 2개 내외의 과제를 선정한다. 선정된 과제별로 공동법인이 설립될 전망이다.

사업기간은 5년. 사업선정 3년 뒤 중간평가를 통해 계속 지원여부를 결정한다. 정관수 과장은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나 시장성을 평가해 최종 2개 과제를 지원할 것”이라며 “선정된 과제에 대해선 3개월 동안 공동법인 설립 기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법인이 해당 기술의 사업화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기업·대학·연구기관이 출자한 지분에 따라 나눈다. 대학과 연구소는 연구개발에, 기업은 사업화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공동법인이 설립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교과부는 “사업 완료 후 상용화에 성공했을 경우 정부 지원기업에서 민간 주도의 독립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평가 결과 단독으로 사업화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그간의 연구 성과물은 국내외 민간기업에 매각된다. 매각으로 발생한 수익은 출자한 지분에 따라 나눠 갖는다. 다만 ‘성실실패(honorable failure)’ 여부가 인정되면 정부 지원금은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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