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요구 반영한 개혁” vs “자율성 침해한 관치”

대출제한 91% 지역대 ‘지방대 고사정책’ 비판
감사원 전국 113개 대학 등록금감사 위헌시비

올 한 해 대학가는 구조조정으로 출렁거렸다. 여당 원내대표의 반값등록금 발언이 논란을 키우며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켰고 이는 곧 구조조정의 빌미가 돼 대학가를 덮쳤다.

대학개혁의 거센 파고를 전면에서 맞은 것은 지방대였다. 하위 15%에 포함된 대학의 총장들이 줄줄이 물러났고, ‘부실’로 낙인찍힌 대학 구성원들은 교육당국을 성토했다.

사상초유의 사립대학에 대한 대규모 감사원 감사는 ‘대학 자율성 침해’라는 반발을 불러왔다. 연세대는 사립대 등록금에 대한 감사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감사원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23일 본지가 선정한 10대 뉴스 가운데는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을 부추길 만한 이슈가 절반이나 포함됐다. 이 가운데 △대학 구조조정 틀 마련 △반값 등록금 논란 △감사원 대학 감사 △외국인 유학생 인증제 도입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드라이브가 그것 들이다. 이들 사안마다 학령인구 급감을 목전에 둔 교육당국의 어쩔 수 없는 ‘개혁 조치’란 평가와 ‘대학 자율성 침해’라는 비판이 공존했다.

교육당국은 반값 등록금 논란을 계기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실대학에 정부 재정을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잣대가 개량적 지표로 획일화되면서 숱한 논란을 낳았다. 특히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의 91%가 지방대에 집중되면서 ‘지방대 고사 정책’이란 비판까지 등장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김춘진 의원(민주당)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2011·2012학년도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선정 분석자료’를 공개하면서 “지방대 육성정책이 없는 대학 구조조정은 지방대 고사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대출제한 대학에 선정된 33개교 중 수도권 소재 대학은 3곳(9.1%)에 불과했다. 나머지 30개교(90.9%)는 모두 지방소재 대학이었다. 대학의 부실 여부를 가리는 평가지표 중 재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김 의원은 “수도권 소재 대학 입학 경쟁률은 지나치게 높은 반면 지방대 입학은 꺼려하고, 지방대학 출신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대학 평가지표는 지방대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거센 구조조정 파고 속에 국립대들이 하나 둘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 시작했다. 구조개혁을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교과부의 압력에 13개 직선제를 폐지했다. 무리한 드라이브 탓에 “총장 직선제 폐지를 위해 교과부가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감사원의 대학 감사는 법리 논쟁으로 치달았다. 등록금 산정의 적절성을 보기 위해 전국 113개 대학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에 대해 연세대는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국고지원금 외 사립대 등록금에 대한 감사가 적법하냐’는 문제 제기다. 감사원은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국립대 구조개혁 차원에서 진행된 서울대 법인화도 막판 진통을 겪었다. 서울대 민교협과 대학노조·공무원노조·총학생회가 반발하면서 갈등을 겪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법인화 정관을 확정하고, 이사진 구성을 완료했다. 그러나 부산대·경북대·전남대 등은 학내 반발에 부딪혀 법인화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교육당국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 지금부터 대학 수·정원을 줄여나가며 ‘연착륙’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획일화된 개량적 지표로 전체 대학을 줄 세우고, 이를 통해 부실 대학을 가려내는 방식에 거센 비판이 제기된 한 해 였다. 대학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지표와 대학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집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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