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엇박자… 행정절차 간소화, 제도적 개선 시급

대학들이 민자 유치를 통한 수익모델 창출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사례가 많아 행정 절차 간소화와 관련 제도 개선 등 보완책이 요구된다.

23일 대학들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익모델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을 맞은 대학들도 산학협력 활성화를 비롯한 수익시설 입점, 임대사업 유치 등 백방으로 손을 쓰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지자체는 교육기관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의 수익사업을 견제하거나 인허가 과정을 지연시키는 등 ‘엇박자’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숭실대는 상업시설과 교육·연구시설이 함께 입주하는 교육문화복지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 부지를 제공하고 이 건물에 입점하는 홈플러스가 자금을 투자해 건립하며 27년간 운영 뒤 대학 측에 기부 채납한다. BTO 방식 민자 유치로 건물을 짓는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인허가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숭실대가 교육문화복지센터 건립을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도시계획 세부조성 변경’ 신청을 접수했지만 1년 가까이 진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숭실대는 당초 올해 상반기 인허가를 받은 뒤 하반기 착공을 예상했으나 이 문제를 결정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은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입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SSM 규제 강화와 인근 재래시장의 반대가 심한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기관인 대학에 수익사업체가 입점하는 내용 역시 걸림돌이 됐다.

문제는 서울시가 시간 끌기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대학 측에 계속 사업계획 수정·보완을 요구하며 인허가 절차를 지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체 마스터플랜에 따라 건물을 짓고 캠퍼스 재배치에 들어가려던 숭실대는 난관에 봉착했다.

이윤재 숭실대 기획처장은 “인허가 절차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 차라리 서울시가 사업계획을 반려하면 자체 검토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할 텐데, 서울시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학에 수익모델 창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이 뭔가 해보려면 실행 과정에서 발목이 잡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민자 유치로 건물을 짓거나 수익시설 입점 등을 검토 중인 대학들도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물 신축에 필요한 수백억원대 현금을 투자하기 어려운 대학들로서는 부지를 제공해 민자 유치를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경기대도 대학 소유 부지를 장기 임대해주는 조건으로 받는 금액을 투자해 건물을 건립할 계획이다. 숭실대와 건립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대학이 부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건물을 건립하는 점에서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제도적 보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윤세의 경기대 기획처장은 “절차 간소화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며 “예컨대 사립대를 준 공공기관으로 인정해주면 민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관련 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과 동격으로 인정받으면 외국자본 유치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시설이 아닌 연구시설을 유치할 경우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윤 처장은 “교육기관이라는 성격이 문제가 된다면 연구시설 유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업 연구소 유치는 일종의 산학협력모델로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학과 산업체의 공동 연구·개발(R&D)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수익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 수익모델 창출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 부처와 지자체간 협조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반값 등록금, 적립금 쌓아두기 논란 등으로 대학의 재정 압박이 심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제도적·행정적 개선에 적극 개입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민자 유치 방식으로 기숙사를 건립할 계획인 서울의 한 대학 기획처장도 “대학의 수익사업 추진과 관련해 숭실대 사례를 다른 대학들도 주시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대학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업 추진 가부를 빨리 결정해주는 등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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