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0만원 모아 1000만원 장학금 낸 이곡지씨

▲ 10년 동안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이찬규 창원대 총장(사진 왼쪽)에게 전달한 이곡지씨(사진 오른쪽).
“늦게 시작했지만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아 끝까지 공부할 수 있었어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학사는 물론 석사·박사 학위를 동시에 따고, 그것도 모자라 매달 10만원씩 10년 동안 모은 돈을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한 학생이 화제다. 주인공은 올해 창원대 산업정보대학원을 졸업한 마흔 아홉 살의 이곡지씨.

이씨는 10년 동안 모은 1000만원을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지난 23일 이창규 창원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이씨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10년 전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매달 모은 돈이기 때문이다.

이씨가 공부를 시작한 때는 10년 전인 지난 2001년. 남편 공부를 뒷바라지 하고 나서야 그동안 원하던 대학에 다닐 수 있었다. 그 때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늦은 나이에 창신대에 입학해 공부하다가 경남대로 편입을 했고, 졸업 후 2005년부터는 창원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공부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웠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 공부시키느라 못했고요. 마흔 살이 돼서야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고 즐거웠지요.”

재밌고 즐거웠기에 더 공부하고 싶었다. 창원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2009년 창원대 산업정보대학원 금속재료공학과에 입학했고, 동시에 경남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도 함께 이수했다.

대학에 다닐 당시 이씨는 (주)센트랄 생산현장에서 금속관련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이와 관련한 공부를 하기 위해 금속재료공학과를 다녔고, 대학원에서 배운 것을 현장에 바로 접목시킬 수 있었다. 그 즈음 회사에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씨는 경영의 필요성도 느끼게 됐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금속재료공학과와 경영학과를 같이 다니게 된 이유다.

“생산현장에서 일하다 ERP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보고 생산설계 지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래를 위해서는 경영도 공부하자고 결심하게 됐죠.”

주 중 이틀은 석사를, 주말에는 박사 과정을 해야 했다. 회사 일도 고됐다. 두 곳의 대학에서 석사, 박사를 동시에 공부하는 데다가 회사까지 다녀야 했다. 남들에 비해 2배, 3배 더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어느 하나 허술하게 하지 않았다. 대충 넘기기 싫었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장학금도 많이 받았다. 장학금을 받은 후에는 ‘나도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그렇게 매달 10만원을 모아 결국 10년 동안 1000만원을 모으 수 있었다.

“공부하면서 받은 장학금이 상당히 도움이 됐어요.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라는 확신도 들었고, 그 때부터 매달 10만원씩 모으게 된 겁니다.”

이씨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창원대에서 산업시스템공학과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박사 과정까지 마치게 되면 이씨는 학사 1곳, 석사 2곳, 박사 2곳 등 모두 5개의 학위를 보유케 된다. 이씨의 도전은 계속된다. ‘배우는 일’을 마친 후에는 ‘가르치는 일’에도 힘쓰고 싶다는 게 이씨의 목표다.

“생산직 여성이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기가 사실 쉽질 않아요. 지난 10년간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배려해 준 강태룡 (주)센트랄 회장님께 고마운 마음뿐이지요. 회사에 몸담고 있는 동안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제가 받았던 배움을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쏟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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